양심적병역거부 무죄에 비판여론 '활활'…"군대 갈 사람 있겠나"
국가인권위·진보 시민사회단체는 "환영"…시민들은 "대체복무 힘들게 해야"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황재하 기자 = 1일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을 두고 비판 여론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진보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바른군인권연구소 등 반대 측에서는 대법원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더 뜨거워 이번 양심적 병역거부가 한동안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 인권위 "무죄판결 환영"…바른군인권연구소 "시기상조"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며 "이번 판결로 1950년부터 현재까지 약 2만명이 처벌받은 아픈 역사가 중단되고, 재판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불안정한 상황이 해소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앞서 7월 23일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앞으로 남은 과제는 헌법과 국제 인권기준에 부합하는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각계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합리적인 대체복무제 도입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군인권센터·전쟁없는세상·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판결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반면 바른군인권연구소는 이날 성명서를 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현재도 최선을 다해 군 복무하는 현역 장병과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하는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북한의 현실적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이번 판결이 시기상조라는 점에서 아쉽다"며 "통일 이후 또는 징병제 대신 지원제를 실시한 이후에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을) 하더라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역 장병들이 박탈감 들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 현역 복무자에게 복무 가산점을 도입할 것,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특별 수당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 일반 시민들, 대체로 격앙…"국방은 국민 의무…누가 군대 가려고 하겠느냐"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는 뜨거웠다. 연합뉴스가 서울역과 광화문 인근에서 시민들을 만나 물은 결과 상당수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2008년 입대해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에서 근무한 직장인 한 모(31) 씨는 "양심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병역법 예외조항인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면 앞으로 누구나 군대에 가지 않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한씨는 "병력이 없어서 경찰청 축구단도 없애는 판에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늘어나면 부작용이 많을 것 같다"며 "대체복무제를 아주 힘들게 만들어서 섣불리 '군대 대신 대체복무나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전방 포병 부대에서 근무한 2005년 군번의 직장인 이 모(33) 씨는 "신체적, 경제적인 이유를 제외하고 개인의 신념과 연관된 이유로 병역거부를 인정해주는 것은 공평성에 어긋난다"며 "이번 판결 사례처럼 긴 법정 공방을 감수할 정도의 신념이라면 더 힘든 대체복무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슷한 의견을 냈다.
백골부대에서 근무했다는 택시기사 성병천(59) 씨는 "병역거부 자체를 반대한다"며 "'내가 고생했으니 너희도 고생해라'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총을 못 들겠다는 종교적 이유로 병역거부를 받아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격앙된 말투로 말했다.
대학생 김선아(24) 씨는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고 해도 판단할 근거나 기준이 없지 않으냐"며 "단순히 교회 많이 나갔다고 그 횟수로 신앙심 깊다고 판정할 수는 없다"고 종교적 병역거부의 기준 자체를 문제 삼았다.
네이버 아이디 'skok****'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된다라…양심적으로 세금 못 내겠어요 하면 되는 건가요?'라고 국방과 또 다른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를 빗대 이번 판결을 꼬집었다.
다음 아이디 'hhh****'는 '내 아들은 군대서 힘들다고 해도 참고 인내하라고 가르쳤는데 군대 간 게 바보가 된 느낌'이라고 관련 기사에 댓글을 남겼다.
반면 박 모(28) 씨는 "병역을 대체할 만한 일을 한다면 병역을 거부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군 복무 외에 다른 일로 나라에 이바지할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니겠냐"고 대법원판결을 수용하는 입장을 내놨다.
soho@yna.co.kr,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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