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도 텅빈 부산 횟집들…매출 반토막에 울상
상인들 "경기침체에 주 52시간제 등 영향으로 손님 줄어"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손형주 기자 = "1945년에 자갈치 시장이 생긴 이후 도매 점포가 비어있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상반기 들어 부산의 주요 수산시장과 대규모 횟집 단지가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 등 수산물의 본격적인 소비가 시작되는 가을에 접어들었지만 부산의 수산물 유통시장인 중구 자갈치 시장에는 평일과 주말을 막론하고 북적이던 저녁 시간에 정적이 감돌고 있다.
자갈치 시장의 상징과도 같았던 먹장어(일명 꼼장어) 전문점 중에는 출입문에 '매매'라고 크게 붙여놓고 아예 문을 닫은 곳도 생겼다.
이 전문점 주변의 한 상인은 "수십년째 한자리에서 장사했었는데 최근에 매출이 너무 줄어들어서 문을 닫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던 회센터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단체 손님이 조금 보이긴 해도 인기가 많던 바다 조망 자리도 비어있는 등 저녁 시간이면 손님들로 가득했던 회센터 모습은 최근 찾아볼 수 없었다.
자갈치 시장에서 11년째 횟집을 운영한 이모(54) 씨는 "올여름부터 손님이 뚝 끊겨 작년 대비 2천만원 이상 매출이 떨어졌다"며 "10월과 11월이면 연말 회식 예약이 많이 들어왔었는데 올해는 예약 문의조차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상인들은 최근 비상대책회의까지 했다.
부산어패류처리조합 김종진 조합장은 "상인들이 영업이 너무 안 되니까 손을 털고 나가는 것이고 소매업을 따라 도매업도 그 영향을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조합 측이 자갈치 시장 도소매업 상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작년 대비 매출이 30%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조합장은 자갈치 시장 인근에 있는 영도구 일대 조선 관련 업체의 불황, 주 52시간제 적용 이후 회식 분위기 변화, 단체 관광객 감소 등을 매출 감소의 이유로 보고 있다.
수백개의 횟집이 몰려있는 부산 수영구의 '민락동 횟집거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광안대교와 광안리해수욕장을 접한 명소지만 요즘 저녁 시간 단체 예약은 1∼2건에 불과하다.
민락횟촌번영회에 따르면 이런 매출 급감 등의 영향으로 휴업이나 폐업을 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휴업이나 폐업을 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는 횟집은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점심때는 아예 영업하지 않는 곳도 많고 오후 3시나 오후 5시에 영업을 시작하는 형태로 영업 시간을 줄이는 곳도 상당수다.
별도의 주방장을 두지 않고 업주가 직접 주방을 챙기고 가족이 모두 동원돼 인건비를 줄이는 곳도 많다.
손질한 횟감을 곧바로 쓰는 선어회가 아니라 새로운 숙성방법을 통한 맛을 연구해 손님들의 발길을 끌려는 횟집도 생겨나고 있다.
반면 일부 횟집은 몇백만원의 돈을 주고 블로그를 통한 홍보로 손님 끌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락횟촌번영회 김옥중 회장은 "10년 넘게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이맘때보다 매출이 40∼5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과거 태풍이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특정한 변수는 일정 시기가 지나면 사라져 영업 손실을 회복할 여지가 보였으나 '김영란법'이나 주 52시간제는 앞으로도 지속할 상황이라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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