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작 김영진 감독 "마지막 드라마, 눈물 납니다"

입력 2018-11-01 14:56
은퇴작 김영진 감독 "마지막 드라마, 눈물 납니다"

"장애로 일 없었던 게 한…지상파 PD들, 사회적 의미 담길"

KBS 단막극 '엄마의 세 번째 결혼' 내일 방송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마지막 연출이라니) 눈물이 나죠. 2000년에 사고 나고 병원에 2년 있을 때는 제가 장애인이란 걸 못 느꼈는데 복직하니 확 느껴졌어요. 일을 안 주더라고요."

1998년 KBS 2TV 주말극으로 50%대 시청률을 기록한 '야망의 전설'을 탄생시킨 김영진(58) 감독 이야기다. 그는 '야망의 전설' 이후 '사랑하세요?'로 연이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지만 그해 휴가지에서 사고를 당해 척추 손상으로 의식 불명이 됐고, 깨어났지만 1급 장애를 얻게 됐다.

이후 복직한 김 감독은 영화를 포함해 단막극 등 몇몇 작품을 연출했지만 예전처럼 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단막극 '엄마의 세 번째 결혼'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게 됐다.



1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 대본연습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몸이 불편한 제게 일을 주지 않는 회사의 입장도 이해는 됐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 한이 10년을 가더라"며 "복직하면 엄청난 일이 빵빵 터질 줄 알았는데 10년간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은퇴작은 그에게 더 의미가 깊다.

김 감독은 "처음에 '엄마의 정'이라는 주제를 생각했는데 올드하게 느껴져서 '엄마와 딸의 화해'에 주목했다"며 "보통 딸들이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고 하면 엄마들은 '너도 너랑 똑같은 딸 낳아서 키워봐' 하면서 싸우지 않느냐. 왜 그럴까, 화해를 시켜보자 생각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특히 이 작품에는 3대에 걸친 모녀가 등장한다. 김영옥이 연기하는 할머니 방초롱, 이일화가 분한 엄마 오은영, 이열음이 연기하는 딸 오은수가 주인공들이다.

드라마는 은영이 초롱의 짝일 것만 같은 할아버지와 재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은수와 갈등을 빚으며 시작된다. 사실 은영은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부자와 결혼해 은수에게 유산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김 감독은 3대를 그린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초롱 역이 참 마음에 든다. 작품 중에 초롱이 은수에게 '너 내 딸(은영)한테 당장 사과해' 하는 장면이 있는데, 초롱의 입장에서 딸보다 손녀는 먼 존재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잘 구현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권이라 가족의 의미가 참 크다. 좋은 드라마 속에는 항상 가족이 살아있다. 접근하기도 가장 좋으면서도 어렵다. 잘못 다루면 신파가 되기 때문"이라며 "이번 작품에 배우들이 잘해줬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나란히 참석한 이일화와 이열음은 "감정이 부각되는 장면이 아닌데도 서로 눈물을 글썽였다"고 좋은 호흡을 자랑했다.

이미 여러 차례 작품에서 엄마로 분한 이일화는 "아들을 둔 엄마를 연기할 때와 딸을 둔 엄마를 연기할 때는 확실히 다르더라"며 "좀 더 감정 이입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감독은 은퇴 후 계획에 대해서는 "제 미래는 저도 궁금하다. 지금 방송통신대학교 휴학 중이기는 한데 교육을 받아 청소년문화원을 하는 게 꿈"이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미디어 환경 변화 속 어려움을 겪는 지상파 후배 연출자들에게도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 직업이란 게 남들 시선으로 먹고사는 것인데, 그런 것에 빠지지 말고 교만하지 말되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몸은 몸대로 버리는데 그런 자부심마저 없으면 이 바닥에서 어떻게 버티겠어요. 또 시청률이 1%면 50만명이 보는 거예요. 내 이야기가 다른 사람한테 그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작품을 아무렇게나 만들 수가 없어요. 사회에 이바지할 작품을 만들기 바라요. 그게 종합편성채널 등과 차별화할 수 있는 KBS, 지상파의 의무입니다."

'엄마의 세 번째 결혼'은 오는 2일 밤 10시 방송한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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