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휴가 강요하더니 직원들 퇴사하자 억대 소송 낸 회사

입력 2018-11-01 13:55
무급휴가 강요하더니 직원들 퇴사하자 억대 소송 낸 회사

퇴사 직원 8명에 1억4천만원 손해배상 요구했다가 기각돼



(부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한 휴대전화 판매업체가 비수기 무급휴가를 거부하며 퇴사한 직원들을 상대로 억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1부(김연화 부장판사)는 모 휴대전화 판매점이 A씨 등 텔레마케터 8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7월 말 담당 실장으로부터 휴가철 비수기인 8월에 15일간 무급휴가를 내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모두 거부했다.

앞서 이 회사 대표는 실장들과 회의를 열고 8월은 휴가철 비수기로 영업 실적이 부진하니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쓰게 하는 방안과 정상 근무를 한다면 수익을 맞추기 위해 목표 실적을 올리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A씨 등은 무급휴가를 내는 것뿐 아니라 영업 실적을 맞추는 것도 힘들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8월 집단 퇴사했다.

회사는 3개월 뒤 이들을 상대로 총 1억4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 금액은 A씨 등 8명의 전체 매출액 평균에서 각자 월급을 뺀 금액이었다.

회사는 소송 과정에서 "A씨 등은 퇴직 시 1개월 전 회사에 통보해 인수인계하고 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아무런 협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고는 근로 제공을 중단했다"며 "이는 채무불이행이며 집단 퇴사로 입은 회사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 등은 "회사는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는 텔레마케터들에게 무급휴가를 강요했고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느껴 부득이하게 퇴사했다"며 "근로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퇴사한 것이어서 적법하게 근로계약을 해제한 것"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회사가 A씨 등에게 당초 근로계약 내용에 없던 15일의 무급휴가를 사실상 강제하며 불리한 근로조건을 강요했다"며 "이로 인해 A씨 등이 퇴사를 결심한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 등의 퇴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것으로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근로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됐다"고 덧붙였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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