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청대사관서 인골 발견…최악 실종사건 35년만에 풀리나

입력 2018-10-31 23:15
수정 2018-11-01 09:08
로마 교황청대사관서 인골 발견…최악 실종사건 35년만에 풀리나

경찰 "교황청 직원 딸 등 35년 전 사라진 소녀들과의 연관성 조사 중"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위치한 교황청 대사관에서 사람의 뼈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현지 언론은 이번 일이 무려 35년 동안 철저한 미스터리로 남아 이탈리아 역사상 최악의 실종 사건으로 꼽히는 두 소녀와 연루된 사건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추정하며 비상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교황청은 30일 밤(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로마 중심가에 있는 주이탈리아 교황청 대사관 건물에서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하던 도중에 인골이 발견됐으며, 이를 이탈리아 당국에 즉각 신고했다고 밝혔다.

31일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신문에 따르면 문제의 유골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9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이 뼈들이 35년 전에 발생한 10대 소녀 2명의 실종 사건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며 발견된 유해의 두개골과 치아 등을 두 소녀의 DNA와 대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로마에서는 1983년 6월, 당시 15세이던 에마누엘라 오를란디가 감쪽같이 사라졌고, 이에 앞서 40일 전에는 미렐라 그레고리라는 16세 소녀가 종적을 감추는 등 2건의 유사한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오를란디는 실종 당시 시내 한복판에서 플루트 레슨을 끝마친 것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집에 귀가하지 않았고, 그레고리는 집으로 걸려온 인터폰을 받고 친구를 만나러 나간 뒤 사라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소녀들의 납치, 살해 가능성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오늘날까지 뚜렷한 실마리를 발견하지 못했고, 이들 사건은 결국 이탈리아 최악의 미제 사건들로 남았다.

두 소녀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으나, 경찰은 두 건의 실종 사건이 서로 연관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벌여 온 것으로 전해졌다.

오를란디가 교황청 직원의 딸이었기 때문에 그의 실종은 각종 음모론을 낳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1981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암살을 시도했다가 투옥된 터키 출신 용의자의 석방을 이끌어내기 위한 세력에 의해 오를란디가 납치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가 교황청 내부의 성범죄자에 의해 희생됐다거나, 그의 실종이 교황청과 마피아 사이의 검은 거래와 연관됐다는 각종 미확인 소문도 돌았다.

[로이터 제공]

한편, 교황청이 오를란디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비판해 온 오를란디의 가족들은 교황청 소유 건물에서 의문의 유해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교황청과 이탈리아 경찰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변호사를 통해 "이 유골들이 어떻게 발견됐으며, 발견된 유해가 어떤 이유에서 오를란디나 그레고리의 실종과 연관 지어졌는지를 경찰과 교황청에 묻고 싶다"며 수사 과정에서 파악된 정보를 충분히 공유해줄 것도 요구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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