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작가 자오이치엔, 성화에 광배 대신 '스마일' 심은 까닭은

입력 2018-10-31 16:06
中작가 자오이치엔, 성화에 광배 대신 '스마일' 심은 까닭은

내달 갤러리수 전시…고전회화·현대아이콘 조합 회화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페이즐리 무늬 구찌 파자마를 입은 채 의자에 걸터앉은 남자 하반신이 보인다. 맨발인 남자 발등 상처가 낯익다. 그 오른쪽에는 3개 원주가 고대 로마 신전처럼 샛노란 '스마일리 페이스'를 떠받치고 있다.

묘하게 어긋나는 이 조합을 세로 90cm, 가로 120cm 캔버스의 그림 '헤븐'에 담은 작가는 중국 미술가 자오이치엔(36)이다.

많은 중국인이 그러한 것처럼, 구찌는 자오이치엔이 특히 좋아하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다. 상처가 난 발은 르네상스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림에서 발췌한 예수의 것(성흔)이다. '스마일리 페이스'는 현대인이 가장 오랫동안 사랑해온 이모티콘이면서 마약을 뜻하기도 한다.

"르네상스는 인본주의를 좇았던 시대잖아요.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렉산드로 미켈레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에 매우 공감했어요. 미켈레의 구찌는 단순히 고전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정신, 인본주의를 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봐요."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 수는 다음 달 2일부터 '미니멀리즘의 신고전주의적 해석' 전시를 통해 자오이치엔 작업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다.

1982년 선양에서 태어나 중앙미술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바링허우'(八零後·1980년 이후 출생) 세대다. 질풍노도 중국 미술계에서 30대 중반은 중견 작가로 분류된다.



고민이 많았을 작가는 2015년 베이징 진르(금일)미술관 개인전 이후 3년간 좀처럼 바깥출입을 하지 않은 채, 새로운 작업에 몰두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고전회화 전체 혹은 일부를 따온 뒤, 스마일리 페이스와 애너글리프 안경 등 현대 아이콘을 접목한 작업이다.

전시장 중앙을 장식한 대형 회화 '뉴 클래시컬'은 얀 베게르트 '성모의 대관식'(1520)을 차용한 작업이다. 작가는 마리아 뒤 광배를 '스마일리 페이스'로 감쪽같이 대체하면서 종교 신성함과 권위를 묻는다.

3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서양 고전회화를 취한 이유로 "원래 전공이 벽화라 서양화를 기본적으로 익혔다. 또 동양은 (문화가) 여러 침략이나 정치적 변화로 훼손되고 단절된 부분이 있는데 서양은 잘 보존된 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또 "지금은 휴대전화 때문에 점점 현대인이 사고하는 것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라면서 "회화는 손과 머리가 함께 움직이는, 정신적인 과정이며 전통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작가는 지난해 '후시라는 브랜드로 론칭, 자신 작업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굿즈도 선보이고 있다.

지엔처 등 중국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갤러리수 김수현 대표는 "중국 작가들 행보가 '아방가르드 차이나' 혹은 미술관·비엔날레 전문으로 나뉘는데, 자오이치엔은 자신만의 또 다른 노선을 개척한 작가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12월 2일까지. 문의 ☎ 070-7782-7770.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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