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발칵 뒤집은 화제작 '마틸다: 황제의 연인'

입력 2018-10-31 12:17
러시아를 발칵 뒤집은 화제작 '마틸다: 황제의 연인'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러시아 영화가 찾아왔다. 더구나 러시아에서도 개봉이 무산된 화제의 작품이다.

8일 개봉하는 '마틸다: 황제의 연인'은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1868∼1918)와 러시아 황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마틸다 크셰신스카(1872∼1971)의 알려지지 않은 로맨스를 그렸다.

러시아 예술계의 거장들이 참여한 대작이지만, 러시아 정교회 신자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끝내 개봉이 무산됐다. 정교회의 성인으로 시성된 니콜라이 2세를 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나약한 황제로 묘사했다는 이유에서다.

신자들은 개봉 반대 집회를 열고 연출을 맡은 알렉세이 유치텔 감독의 스튜디오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관련 기사를 쓴 기자를 폭행한 끝에 결국 러시아 내 상영을 무산시켰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마틸다'는 황실발레학교를 졸업한 뒤 마린스키 극장에 입단했으며, 23살에 최고의 프리마 발레리나를 일컫는 '아졸루타'가 됐다. 러시아 역사상 아졸루타는 '피에리나 레냐니'와 마틸다 크셰신스카 2명뿐이다.



영화는 니콜라이 2세와 마틸다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 장면까지를 스크린에 담는다.

황실 발레단의 공연을 보러 온 황태자 '니키'는 첫눈에 마틸다에게 빠져들고 만다. 황태자는 마틸다를 하룻밤 유희 상대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틸다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결국 황태자가 약혼녀 '알릭스'와의 결혼은 물론 황위 계승까지도 거부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마틸다는 크고 작은 위협을 겪게 된다.

마지막 황제와 발레리나의 사랑이라는 소재는 로맨틱한 상상을 자극한다. 아울러 한 편의 금빛 회화를 보는 듯한 미장센이 인상적이다.

볼쇼이 발레단과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본거지 마린스키 극장의 웅장한 모습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겼으며 당시 황실의 삶을 보여주는 화려한 의상이 7천여벌 등장해 눈을 즐겁게 한다.

또 발레리나들의 군무는 세계 최고 수준인 러시아 발레의 위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발레단의 안무는 볼쇼이·마린스키와 함께 러시아 3대 발레단 중 하나인 페름 오페라 발레단의 수석 안무가 알렉세이 미로슈니첸코가 맡았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로 통하는 마린스키 극장의 음악 감독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고풍스러운 음악이 가미돼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니콜라이 2세 역을 맡은 라르스 아이딩어는 국내 관객에게도 낯익은 배우다. 지난 6월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연출한 셰익스피어 원작 '리처드 3세'에서 리처드 3세로 분해 LG아트센터 무대에 선 바 있다.

실제 마틸다 크셰신스카는 볼셰비키 혁명 이후 러시아를 탈출해 니콜라이 2세의 사촌인 안드레이 대공과 결혼하지만, 한참 세월이 지난 후 자신이 진정 사랑했던 사람은 '니콜라이 2세'라고 고백한다.

그녀의 고백이 영화적 상상의 바탕이 된 셈이다. 다만, 실제 니콜라이 2세와 알렉산드라 황후는 4녀 1남을 둘 정도로 금실이 좋았다.

두 사람은 당시 유럽 왕실에서 보기 드물게 열렬한 연애 끝에 결혼했으며, 알렉산드라 황후는 결혼을 위해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루터회에서 정교회로 개종했다. 정교회 신자 입장에서는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할 법도 하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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