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혜성, '혜성처럼 등장한' 구세주 됐다(종합)

입력 2018-10-30 22:35
넥센 김혜성, '혜성처럼 등장한' 구세주 됐다(종합)

"5회말 3루타, 선두타자라 무조건 출루하고 싶었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넥센 히어로즈의 2년차 내야수 김혜성(19)이 그의 이름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해 팀을 탈락 위기에서 구해냈다.

넥센은 3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2018 KBO 플레이오프(5전 3승제) 3차전에서 3-2로 승리하며 2연패 뒤에 드디어 첫 승을 올렸다.

넥센이 반격의 1승을 거둔 밑바탕에는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김혜성이 있었다.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혜성은 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팀 공격의 선봉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2-2로 맞선 5회말 선두타자로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로 출루한 뒤 송성문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결승 득점을 올렸다.

적지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내주고 벼랑에 몰린 넥센의 장정석 감독이 꺼내 든 반전 카드가 제대로 적중한 셈이었다.

장 감독이 이날 3차전에서 김혜성을 선발 라인업에 넣었을 때만 해도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포스트시즌만 32경기를 뛴 베테랑 김민성 대신에 꺼내 든 교체 카드가 프로 2년 차 김혜성이었으니 상당한 도박이었다.

물론 김혜성이 SK 선발인 언더핸드스로 박종훈에게 3타수 3안타 1타점으로 강했다는 점을 계산에 넣었다.



하지만 이는 정규리그 성적일 뿐이었다. 표본조차도 적었다.

페넌트레이스와는 압박감이 전혀 다른 포스트시즌에서 프로 2년 차에 불과한 김혜성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는 철저하게 미지수였다.

하지만 김혜성은 주눅이 들지 않는 자신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넥센과 SK는 팀 성격이 대조적이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투수들이 주축인 넥센은 '젊은 패기'가 돋보이는 반면 SK의 최대 장점은 '풍부한 경험'이다.

특히 SK는 2007∼2012년 6시즌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세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왕조는 저물었지만, 유산은 남았다. 김광현을 비롯해 박정권, 김강민, 최정 등은 'SK 왕조'를 지탱했던 주역들이다.

SK는 1차전에서 박정권, 2차전에서는 김강민의 활약을 앞세워 안방에서 열린 두 경기를 모두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SK의 관록 앞에 무너질 것 같았던 넥센은 그러나 안방에서 반격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김혜성이 있었다.

김혜성은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를 털어내고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았다. 김혜성으로 상징되는 '패기'가 '경험'을 누른 한판이었다.

경기 뒤 공식 인터뷰에 나선 김혜성은 "그저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다행히 경기가 잘 풀렸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그는 5회말 3루타에 대해서는 "선두타자라 출루하고 싶었다. 생각 없이 쳤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다음 타자 송성문의 짧은 중견수 뜬공 때 홈으로 들어온 김혜성은 "주루코치님이 뛰라고 했고, 나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뛰었다"고 설명했다.

김혜성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줄곧 송성문에게 주전 2루수를 내주고 벤치에 머무르거나 백업으로 출전했다.

김혜성은 "송성문 형이 잘해줬고, 팀도 이겨서 벤치에서 열심히 응원했다. 별 다른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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