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의 퇴장예고에 커지는 EU 불확실성…"EU 익숙해져야"

입력 2018-10-30 21:07
수정 2018-10-30 21:12
메르켈의 퇴장예고에 커지는 EU 불확실성…"EU 익숙해져야"

내년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EU 마비 위험' 우려 나와

메르켈의 승부수 통할 경우 독일 정치안정 가능성도

독일 매체 "마크롱 대통령에게 기회가 될 수도"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21년까지인 임기를 끝으로 총리직에서 퇴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유럽연합(EU)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메르켈 총리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EU를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침착하게 대처해 독일 경제뿐만 아니라 유럽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 그리스 경제난 등 유로존 위기에도 차분히 대처해 신뢰감을 얻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유럽을 압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국제정치 무대에서 주가를 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줄어든 메르켈 총리의 영향력을 메우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특히 현재 EU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으로 밀려온 난민의 역내 배분 문제 등으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EU는 난민 정책을 둘러싼 회원국 내 충돌을 임시방편으로 봉합한 상황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강력하게 내세운 유로 공동예산제 등 EU 개혁안도 표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EU에 우호적이지 않은 포퓰리즘 정권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EU의 원심력이 커지는 형국이다.

자크 들로르 연구소의 세바스티앙 마일야드 소장은 3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유럽에서 아무도 메르켈 총리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며 "메르켈 총리는 게임에서 물러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메르켈 총리가 독일 정계에서 은퇴한 뒤 EU에서도 주요 보직을 맡지 않기로 한 데 대해 "유럽에는 큰 타격"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정책센터의 분석가인 줄리안 라폴트도 내년 5월에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EU가 마비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메르켈 총리의 결정이 EU의 마비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메르켈 총리의 결정은 예상된 것이고, 총리직을 곧바로 떠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애초 메르켈 총리가 2015년 국경을 개방해 유럽에 난민 위기를 초래한 탓에 난민정책에 주도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다며 메르켈 총리의 공백이 EU의 위기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뜩이나 메르켈 총리는 대연정 내부의 이견 탓에 EU의 난민 정책과 EU 공동예산제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노출해왔다.

메르켈 총리가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은 정치적 승부수가 성공할 경우, 대연정 내부의 쇄신으로 이어져 내부 갈등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EU의 정책과 관련한 독일의 대응이 일사불란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유럽정책센터장인 재니스 에마눌리디스는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EU 본부의 많은 정치인은 메르켈이 가까운 미래에 떠날 수 있다는 사실에 익숙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도이체벨레는 또 "메르켈 총리가 운전석을 떠나면 마크롱 대통령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의 결정에 대해 "매우 존경받을만하고 품격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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