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삶의 목표가 아니다…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

입력 2018-10-30 17:36
행복은 삶의 목표가 아니다…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

'유튜브 스타' 임상심리학자가 젊은이들에 전하는 쓰디쓴 '인생 강연'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젊은이들 사이에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한 지 꽤 오래됐다. 현재 대한민국이 지옥 같다는 의미에서 만든 조어다.

나름으로 열심히 공부했는데 취직할 곳은 찾기 어렵고 매일 TV에 나오는 화려한 여행지나 옷, '먹방'을 보면 내 삶만 괜히 '찌질한' 듯 느껴진다. 어렵사리 직장을 구했다 해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사교육비도 비싸니 결혼해 아이 갖기가 겁난다.

그렇다고 해도 과연 정말 지금 대한민국 상황이 지옥일까? 학자들은 한반도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금이 가장 풍요롭고 안전한 시대라고 설명한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굶거나 전염병으로 숨지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불과 몇십 년 전인 한국전쟁 직후만 해도 한국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고 끼니를 거르거나 역병에 고통받는 게 일상이었다. 도로, 행정 시스템 등 사회 인프라는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고 '복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던 시절이 그리 오래전이 아니다. 출산율은 오히려 못 살던 시절이 지금보다 높았고 반대로 자살률은 비교적 낮았다.

그때엔 상상도 못 하게 잘살게 됐고 외국 여행을 하며 소셜 미디어에 방금 맛본 음식 사진을 올려 실시간으로 친구들에 자랑할 수 있는 시대에 사는데, 왜 지옥에 있는 듯한 불행한 감정을 느끼는 걸까?

최근 서구에서 가장 '핫한 학자'이자 젊은이들 사이에 '유튜브 스타'로 떠오른 조던 피터슨이 쓴 신간 '12가지 인생의 법칙(메이븐 펴냄)'이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본래 인생은 고통의 연속임을 전제한다. 그리고 우리 삶의 목표는 '행복'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사는 것 자체가 원래 고통이고 비극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하면, 나만 괴롭거나 억울할 일이 없다. 어떻게 고통을 조금 덜어낼 수 있을까만 생각하면 된다.

만약 행복이 인생의 목표라면, 우리는 조금이라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할 때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헬조선'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인생이 고통이라는 점을 잊고 외면하는 사람은 비극적 사태와 마주했을 때 극복할 역량이 떨어지고 쉽게 무너져 버린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행복 대신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살아나가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저자는 특히 인생은 혼돈과 질서, 그리고 혼돈과 질서를 중재하는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한다. 혼돈은 새로운 것, 질서는 익숙한 것이다. 너무 익숙한 일만 하면 삶이 지루해지고 너무 새로운 걸 하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 따라서 이 둘 사이에 조화로운 경계선을 찾아내야만 최악의 시기에도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남과 자신을 단순히 비교하는 일도 금물이다. 이런 습관 때문에 불행하다는 마음이 든다. 저자가 제시한 12가지 원칙 중 하나이다.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과만 비교하라."

저자가 가장 먼저 제시한 원칙은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이다. 여기에는 우리가 인생의 불공평함을 인정하고 책임이 무겁더라도 당당히 받아들이라는 뜻이 숨어 있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등 원칙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서구사회의 젊은이들은 다소 '꼰대 같은' 피터슨의 이 같은 조언을 꽤 잘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출간과 함께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주요 서방 선진국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판권은 39개국에 팔렸고 7개월 만에 200만 권이 판매됐다.

특히 영국 공영방송 '채널4' 뉴스와 인터뷰는 800만 명이 시청해 이 프로그램 역사상 최대 시청자 기록을 세웠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며 피터슨을 유튜브 스타로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조회 수가 100만이 넘었다고 한다.

워싱턴DC, 뉴욕, 토론토, 런던 등 북미와 유럽 도시 55곳에서 유료 강연회를 100차례 넘게 진행했는데 대부분 매진될 만큼 열풍을 일으켰다.

고루하고 뻔한 얘기 같지만, 심리학, 생물학, 신화, 종교, 철학 등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12가지 법칙이 세계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는 형국이다.

저자 피터슨은 춥고 황량한 캐나다 앨버타주 북부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접시닦이, 양봉업자, 건설 인부, 운전사 등 다양한 험한 일을 경험하며 자랐다. 정치학도였지만 임상심리학으로 박사를 땄고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로 있다.

강주헌 옮김. 552쪽. 1만6천800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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