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는 잘못된 인식 확산 막는 저항자 돼야"

입력 2018-10-30 16:33
"역사학자는 잘못된 인식 확산 막는 저항자 돼야"

동아시아사연구포럼 출범 10주년 국제학술회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동아시아에서 역사 인식 차이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2008년 12월 출범한 동아시아사연구포럼이 10주년을 맞았다.

동아시아사연구포럼은 일국 중심 관점에 균열을 일으키고, 동아시아 역사 문제를 여러 나라 연구자가 함께 논의할 학술적 통로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국가가 주도하는 국제 교류보다는 민간 학자가 폭넓게 참여하는 교류를 지향하고, 동아시아 각국의 상호 이해를 촉구했다.

매년 동북아역사재단 후원으로 학술회의를 개최한 포럼은 10주년을 기념해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연세대 국학연구원과 함께 내달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역사 인식에서 역사 화해로 - 역사가의 역할을 다시 묻다'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연다.

기조연설은 미야지마 히로시(宮嶋博史)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하고, 박경석 연세대 교수와 장이화(姜義華) 중국 푸단대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선다.

30일 배포된 발제문에 따르면 야마무로 신이치(山室信一)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는 역사가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자문한 뒤 "근거도 없이 유포되는 극론(極論)과 곡론(曲論)에 대해 사료를 들어 논점을 명확하게 하고,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지는 데 대해 저항자로서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야마무로 교수는 일본에서 반한(反韓) 태도가 혐한(嫌韓)을 넘어 증한(憎韓)으로 나아가는 점을 우려하면서 "국경을 뛰어넘는 연구 교류를 통해 서로의 역사 인식을 파악하고, 그것을 자국에 알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사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일본) 정부와 일부 논자들이 추진하는 (역사) 망각정책에 대항해 사료를 발굴하고 공개하고 검토하고 축적해 나가는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사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史實) 그 자체는 특별히 새로운 것이 계속해서 나오지 않는다"면서도 기존에 알려진 사실을 수시로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야마무로 교수는 "권력자에게 불편한 진실을 밝히고 기억의 계승능력을 키워 나가는 것에 역사 연구자의 은밀한 자부심과 존재 의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백영서 동아시아사연구포럼 운영위원장은 "10주년을 맞아 지난 활동을 돌아보면서 역사가들이 어떤 공통 인식을 갖게 됐고 어떤 과제가 있는지 살피려고 한다"며 "동아시아 각국 정부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역사를 둘러싸고 반성과 사과, 용서를 이뤄 나간 경험과 방안을 고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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