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손해배상 확정…근로정신대 소송도 해결되나

입력 2018-10-30 15:13
수정 2018-10-30 19:50
강제징용 손해배상 확정…근로정신대 소송도 해결되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1건·각급 법원 13건 심리 중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일제 강제징용 피해를 보상하라는 판결이 13년 8개월 만에 확정된 가운데 수년간 미뤄져 온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소송도 급물살을 타게 될지 주목된다.

대법원은 30일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씨 등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에서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에 계류된 지 5년,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8개월만 이다.

재판이 지연되는 사이 이씨와 함께 소송에 나선 동료 3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 온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겐 이번 판결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양금덕(90)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가족 5명은 2012년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광주지법과 광주고법에서 1인당 1억~1억2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법원은 "일본 정부의 침략전쟁 수행을 위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로 13~14세 소녀들을 군수공장에 배치했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 위험한 업무를 하게 한 것은 반인도적 불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양 할머니 등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말기인 1944년 5월 일본인 교장의 회유로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돼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중노동을 했다.

이들은 1993년부터 10년 가까이 일본에서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끝내 패소했다가 한국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하면서 희망의 불씨는 되살아났다.

이런 희망도 잠시, 대법원은 2015년 이 사건을 접수하고도 3년 동안 별다른 이유 없이 결론을 미뤄왔다.

최근에서야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의 뒷거래로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징용 소송 중 하나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달 10일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심리를 시작했다.



이 외에도 광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근로정신대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2건을 비롯해 13건의 강제징용 소송이 각급 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대법원이 강제징용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한 만큼 법리적 쟁점이 비슷한 자신들의 사건도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안영숙 사무처장은 "긴 시간이 걸렸지만 너무나 당연한 판결이다. 이 기쁜 소식을 할머니들에게 빨리 전하고 싶다"며 "근로정신대 소송도 전원합의체 심리가 진행 중인 만큼 올해 안으로 좋은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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