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교 무상급식' 시범사업에 강남 3구는 왜 빠졌나

입력 2018-10-30 13:28
수정 2018-10-30 14:34
'서울시 고교 무상급식' 시범사업에 강남 3구는 왜 빠졌나

강남 "학부모 의견 수렴해야"…서초 "초·중 급식비 정부에서 지원해야"

송파 "내년 예산에 반영할 예정, 절차 밟을 것"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서울시가 내년 진행하는 고등학교 무상급식 시범사업 대상에서 '강남 3구'가 빠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2021년까지 국·공·사립 등 학교유형이나 초·중·고교 등 학교급과 상관없이 무상급식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29일 발표했다. 현재는 공립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만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전면 무상급식 시행에 앞서 내년에 고등학교 3학년만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는데, 전체 25개 구 중 9개 구만 참여했다.

성동·동대문·중랑·강북·도봉·동작·관악·강동·중구로, 대부분 강북에 위치해 있으며 재정 여건이 좋지 않다. 그러나 이들 구는 무상급식 취지에 적극 공감해 구 예산을 조정, 무상급식비를 확보하면서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그렇다면 강남 3구는 왜 빠졌을까.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30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우리도 큰 틀에서는 무상급식에 찬성하고 향후 참여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당장은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어 내년 시범사업부터 참여하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정 구청장은 "학부모와 지역 여론을 수렴해야 하고 예산도 마련해야 한다"며 "다른 구들의 시범사업 과정도 지켜보면서 2020년에는 무상급식에 참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재정자립도가 25개 구 중 1위이며, 학교 수는 4위다.

정 구청장은 "올해 우리 구 교육경비 지출이 187억 원인데, 내년에는 197억 원"이라며 "고3 무상급식을 시행하면 12억 원이 더 필요한데 그렇게 되면 교육경비 지출이 200억 원이 넘는다. 200억이 넘는 예산은 우리 구에서도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런 의미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지역 학부모들은 무상급식보다 다른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노후화된 학교 시설의 개선과 확충 등이다. 강남 학교들이 다 시설이 좋을 것 같지만 지은 지 30~40년 돼서 낡은 시설이 많다"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초·중학교 급식비를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지난 9월 제주도에서 열린 구청장협의회에 조희연 교육감이 오셔서 무상급식에 대해 설명하셨고 다들 취지에는 공감했다"면서도 "그러나 고등학교 무상급식비를 자치구에서 지원하기 위해서는 현재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급식비를 국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말했다.

조 구청장은 이어 "서초구 한해 무상급식 예산이 50억 원가량인데, 여기에 고등학교 무상급식비를 추가하면 재정 부담이 있어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파구는 절차를 밟아 내년 시범사업에 합류한다는 입장이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2019년도 예산에 고등학교 3학년 무상급식비를 반영할 예정"이라며 "관련 절차를 밟지 못해 어제 서울시의 시범사업 발표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서울시에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범사업 대상 구 선정에서 송파구가 빠진 이유를 묻자 "우리는 처음부터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었다"고 답했다.

박 구청장은 "내년에 무상급식을 하게 되면 10억 원 정도가 필요한데 빨리 절차를 밟아 내년부터 시행하도록 하겠다"며 "구가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무상급식은 복지정책이고 정부 방침과도 맞아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백호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시범사업에 강남 3구가 빠져 굉장히 아쉽지만 곧 다들 순차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본다"며 "구별 특성이 있어 구청장 의지와 달리 절차적으로 무상급식을 바로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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