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제 수준이라더니"…부산, 지방분권안 후퇴 우려

입력 2018-10-30 16:32
수정 2018-10-30 19:06
"연방제 수준이라더니"…부산, 지방분권안 후퇴 우려

재정분권안·자치조직권 미흡…지방 의견수렴 절차도 없어

(부산=연합뉴스) 김상현·김재홍 기자 = 부산시는 정부가 30일 발표한 지방자치법 개정안과 재정분권 추진안에 대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하겠다"는 당초 정부 의지가 크게 퇴색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시는 먼저 지방분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분권 추진안은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의 세율을 증액하겠다는 당초 방침에서 후퇴해 지방소비세 세율만 증액했다고 지적했다.

지방소비세 부분도 내년 4%포인트, 2020년 6%포인트 등 2단계로 나눠 총 10%포인트를 증액하기로 해 지방재정 자립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당초 소득세와 소비세를 지방으로 이양해 현재 8대 2(실제로는 7.5대 2.5)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으로 좁히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 20조원의 중앙재정이 지방으로 이양돼야 하지만 정부의 이번 재정분권 추진안대로라면 지방 이양 규모는 8조1천억원 수준에 그친다.

이 경우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7.3대 2.7 수준으로 지금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부산시는 주장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는 특히 재정분권안 수립 과정에서 지방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히고도 실제로는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깜깜이 정책'을 수립했다"며 "이는 지방을 무시한 일방통보식 정책 추진"이라고 반발했다.

부산시는 지방자치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중앙의 기득권 세력에 밀려 지방 의견을 무시한 결과를 빚었다고 비판했다.

지방 부단체장의 정수와 관련해 인구 800만명 기준으로 서울과 경기는 3명, 나머지 도시는 2명을 둔 현행 시스템을 인구 500만명을 기준으로 2명을 추가하도록 개정한 것은 서울과 수도권만 고려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개정안대로라면 서울과 경기는 부단체장이 현행 3명에서 5명으로 늘고, 부산 등 나머지 시도는 현행 2명에서 3명으로 늘어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부단체장 증원의 기준으로 삼은 인구 500만명도 기준이 모호하다고 부산시는 지적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인구가 많은 부산조차도 350만 인구로 이 기준에는 못 미친다.



대통령령을 개정해 현행 지자체의 자치조직권을 강화하기 위해 3급 직위를 늘리는 안도 실·국의 20% 범위에서 추가하도록 제한해 자치조직권 강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방분권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재정분권에 있어서 구체적인 일정과 범위가 담겨있어 진일보한 결과라고 평가하면서도 상당한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먼저 2020년까지 지방소비세 인상 등 구체적인 재원 조달방안이 명시됐으나 그 인상분만큼 지방교부세를 삭감하기로 한 것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게 박 상임대표의 평가다.

박 상임대표는 "특히 2020년 이후부터 2022년까지 12조원이 소요되는데 이 시기의 재원조달 방안이 적시돼 있지 않았다"며 "국무총리실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의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입장이 여전히 강고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어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황한식 상임대표는 "재정분권에 있어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했으나 이번에는 미흡했고 향후 발전적인 전망도 없어 유감스럽다"고 평가했다.

황 상임대표는 "재정분권이 가장 힘든 것이기는 하나 중앙정부나 국회가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josep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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