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인터넷 '해저케이블' 부설 경쟁도 격화

입력 2018-10-30 10:29
미·중, 인터넷 '해저케이블' 부설 경쟁도 격화

케이블 확보가 웹서비스 내용·속도 좌우

현재 총연장 지구 30바퀴분, 2020년 20% 증가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국과 중국 업계의 해저케이블 부설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인터넷 데이터 통신의 99%는 바다에 부설된 해저 케이블을 통해 이뤄진다. 해저에 깔린 '인터넷 바닷길'의 총 연장은 지구를 30바퀴 돌 수 있는 길이에 해당한다. 케이블 부설 경쟁은 디지털 패권경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거대 IT(정보기술)업체와 중국 국유기업간 해저 케이블 부설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9일 전했다.

해저 케이블은 머리카락 정도 굵기의 광섬유를 몇개씩 묶어 금속이나 두꺼운 수지로 덮어 수천m 깊이의 해저에 가라 앉혀 부설한다. 미국 조사업체인 텔레지오그라피에 따르면 현재 해저 케이블의 총연장은 약 120만㎞에 이른다. 2016년께부터 건설 속도가 빨라져 2020년에는 20% 정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통신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위성통신과 해저케이블의 비중이 거의 같았다. 그러나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대용량 데이터 수요가 커지자 다량의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케이블의 비중이 높아졌다. 해저케이블은 대부분 국가와 대륙을 넘나들기 때문에 여러나라 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해 부설하는 경우가 많다. 2020년 완공예정인 일본과 중국, 동남아 국가들을 연결하는 길이 약 1만㎞의 'SJC2'에는 한국의 SK브로드밴드와 일본 KDDI, 중국, 타이, 싱가포르 등의 9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적극적인 투자가 두드러진다. 2011-2015년 완성된 케이블 중 이들 양사가 투자한 케이블의 총 연장은 9천㎞ 였으나 2016-2020년 완성분은 15만5천㎞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는 같은 시기에 부설될 세계 케이블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태평양과 대서양이 주 무대다.

이에 맞서 차이나 텔레콤과 차이나 유니콤, 차이나 모바일 등 중국의 3대 통신사도 2016-2020년에 인도양과 지중해 등에 13만8천㎞를 부설할 계획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에 버금가는 규모다. 중국은 본토로부터의 케이블뿐만 아니라 중동과 아프리카에도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올해는 아프리카와 남미를 처음으로 직접 연결하는 'SAIL'에 차이나 유니콤이 출자했다.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경제권구상인 '일대일로'와 맞물려 국가의 전략인 신흥국 진출과 겹치는 부분이다.

해저케이블 부설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쟁 관계인 미국과 중국기업이 상호참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어느 한쪽과 중국 기업이 공동출자하는 케이블은 2020년 완성예정분만도 4만㎞나 된다.

미국 시스코사는 2021년 인터넷 데이터 유통량이 2016년의 3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용이 편리한 케이블 확보는 각사 웹서비스의 내용과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 최대의 케이블 제조업체인 NEC의 마스다 쇼타(?田彰太) 시니어 매니저는 "미국과 중국기업을 중심으로 케이블 건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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