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보우소나루의 '브로맨스'…反中-親이스라엘 '찰떡궁합'

입력 2018-10-30 10:18
트럼프-보우소나루의 '브로맨스'…反中-親이스라엘 '찰떡궁합'

외신들 "트럼프-보우소나루 브로맨스 태동", "트럼프에게 동지 생겼다"

아메리카 인구 1·2위국의 양자관계 강화 전망…미-브라질 무역갈등 요인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브라질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대선 승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천군만마를 얻게 됐다.

두 지도자의 '브로맨스'를 토대로 양국이 논쟁적인 국제 현안에서 보조를 맞출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9일(현지시간) '트럼프와 보우소나루의 브로맨스가 태동할 수 있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팬이자 모방자인 보우소나루의 당선이 서반구에서 가장 훈훈한 양자 관계를 시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FP 통신도 보우소나루의 당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음이 맞는 동지를 선물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각종 국내외 현안에 관한 보우소나루의 정치적 견해는 트럼프 대통령과 판박이처럼 비슷하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오물 청소를 하겠다'(drain the swamp·워싱턴 정가의 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뜻)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인용해 부패한 기성 정치 시스템과의 전쟁을 선포하는가 하면, 성 소수자와 여성 등 약자들을 향한 거침없는 비난을 퍼부어 도마 위에 올랐다.

총기와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나, 자신에 비판적인 언론을 '가짜 뉴스'라고 부르며 공격하는 모습도 트럼프 대통령과 닮은꼴이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기업인 유라시아그룹의 아메리카대륙 수석분석가 크리스토퍼 가먼은 로이터에 "보우소나루의 승리는 틀림없이 더 강력한 양자 관계를 예고한다"며 "비슷한 이념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은 기득권에 대한 분노의 물결 속에서 당선됐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극우 논객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이날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와의 인터뷰에서 "보우소나루의 당선은 브라질이 '계몽된 자본주의'의 길을 가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로 인해 양국이 매우 긴밀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 대선 결과가 나온 일요일 밤 보우소나루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훌륭한 통화였다"고 거듭 강조하는 등 기대감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양국 정상의 브로맨스가 커다란 파장을 낳을 수 있는 지점은 논란이 되는 국제 현안에서의 공조 가능성이다.

미국과 브라질은 아메리카 대륙의 인구 1, 2위 대국이어서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는 두 나라의 사이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주요국으로서는 미국 외에 처음으로 주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것을 공약하고,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브릭스(BRICs)를 포함한 국제기구에 계속 가입할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와 보조를 같이하겠다는 의미다. 파리 기후변화협약도 탈퇴를 언급했다가 최근 해당 발언을 철회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을 '약탈적인 경제 파트너'라고 부르며 반중 노선을 시사한 대목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행정부에 지원사격이 될 수 있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중국인들은 브라질에서 구매를 하는 게 아니라 아예 브라질을 사들이고 있다"며 중국의 잇따른 브라질 에너지·인프라 기업 인수를 비판해왔다. 지난 2월에는 대만을 방문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은 브라질 대두와 철광석 등의 최대 수입국인 데다 브라질 경제가 미국보다 허약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함부로 반중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 관측도 나온다고 AFP가 전했다.

또한, 미국과 브라질 사이에도 무역 갈등의 이슈가 작지 않다는 점에서 두 정상이 충돌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들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우리에게 청구한다. 기업들에 물어보면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힘든 곳 중 하나'라고 말한다"라며 수입품에 대한 브라질의 과도한 관세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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