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 필리핀 두테르테, 軍에 "관세청 장악" 지시
잇단 항만 마약밀수 사건…군대가 업무관장, 고위직 전원 경질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관세청을 군 통제하에 두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해에 이어 최근 항만 세관을 거친 대규모 마약 밀수 사건이 터진 데 따른 것이다.
29일 일간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밤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에서 한 연설에서 "임시로 군이 관세청 업무를 넘겨받을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관세청 직원들의 신분은 모두 유동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필리핀 관세청은 전국에 모두 3천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시드로 라페나 청장 등 관세청 고위 간부를 전원 경질하고 군 참모총장 출신인 레이 레오나르도 게레로 해양산업 청장을 관세청장으로 임명했다.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29일 "조만간 두테르테 대통령의 명령을 공포할 것"이라며 "두테르테 대통령이 관세청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만족할 때까지 이 명령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령 공포 즉시 군이 투입돼 모든 항만의 통관 업무를 감시, 감독할 예정이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7월 1t이 넘는 메스암페타민이 밀수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수사 당국이 부두에 있던 컨테이너에서 마약 흔적을 발견했지만 마약은 사라진 뒤였다.
지난해 5월에도 같은 형태의 대규모 마약 밀수 사례가 확인됐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마약과의 유혈전쟁에 나섰다.
이 과정에 재판 없이 사살되는 이른바 '초법적인 처형'으로 지난 9월까지 숨진 사람은 경찰이 공식 발표한 것만 4천948명이다.
두테르테 대통령과 당국이 마약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지방도시 시장 등을 겨냥한 총격 살해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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