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발레 여신 자하로바 "은퇴요? 오늘이 시작인걸요"
UBC '라 바야데르'로 내달 한국 무대…데니스 로드킨과 호흡맞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언제까지 무대 위에 오를지는 신밖에 모르지 않을까요. 전 늘 오늘이 시작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발레계 월드 스타인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39)는 2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라 바야데르' 기자간담회에서 "아직도 배울 게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학생"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사실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고 무용수상을 두 차례(2005·2015년)나 수상한 최정상급 발레리나다. 러시아 인민예술가 칭호도 받았다.
한국 나이로 불혹이지만 현재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와 이탈리아 라 스칼라 발레단의 에투알을 동시에 맡고 있다. 뛰어난 테크닉과 독보적인 유연성이 그의 장점으로 꼽힌다.
173㎝의 큰 키, 긴 팔다리, 마네킹처럼 작은 얼굴로 간담회장에 등장한 그는 '신이 내린 몸', '세기의 발레리나', '발레 여신'이라는 수식어를 실감하게 했다.
그러나 그는 1996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한 이후 볼쇼이발레단과 라 스칼라 발레단 등을 거치며 20년 넘게 세계 최정상 발레리나로 활동한 비결로 "부족한 부분을 끊임없이 수정하려고 노력한다"는 단순한 답변으로 대신했다.
무대 뒤에서는 '학생'처럼 연습해야 무대에 오를 때는 '아티스트'로 오를 수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는 "몸 관리도 물론 중요하다"며 "마사지와 스태미나를 위한 운동을 병행한다"고 전했다.
그의 내한은 오는 11월 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라 바야데르' 출연을 위한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을 맞이해 유니버설발레단(UBC)과 공동 주최로 선보이는 공연이다. 그는 주인공 '니키아' 역으로 UBC 단원들과 호흡을 맞춘다.
발레 전막으로 한국을 찾기는 2005년 볼쇼이발레단의 '지젤' 이후 13년 만이며, 한국 발레단과 함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하로바는 "오늘 처음 리허설을 해봤는데 유럽 발레단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며 "새로운 경험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데니스 로드킨(27)이 함께 내한해 자하로바와 호흡을 맞춘다.
자하로바보다 유명세는 떨어지지만 볼쇼이발레단 간판 무용수 중 한 명이다. 작년 '라 바야데르'로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무용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남자 주인공 '솔로르' 역을 맡는다.
자하로바와 로드킨은 2013년 '카르멘'으로 첫 호흡을 맞춘 이후 여러 작품에서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한다.
로드킨은 "자하로바와 처음 파트너를 이룬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며 "대스타 앞에서 많이 긴장했지만 문제없이 무대를 마무리 할 수 있었고 그 이후 '백조의 호수' 주역에 데뷔하는 등 내 커리어에 큰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자하로바-로드킨 이외에도 유니버설발레단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홍향기-이현준, 김유진-이동탁 등이 이번 작품 주역을 번갈아 맡는다.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로 1877년 초연된 '라 바야데르'는 인도 힌두사원을 배경으로 무희 니키아, 권력과 사랑을 두고 갈등하는 전사 솔로르, 매혹적이면서 간교한 공주 감자티 사이의 배신과 복수, 용서와 사랑을 그린다.
하얀 튀튀와 스카프를 두른 32명 무용수가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를 뒤로 들어 올리는 동작)로 가파른 언덕을 가로질러 내려오는 3막 도입부의 '망령들의 왕국'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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