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NGO·노동계 "생활임금, 위원회 결정을 시가 왜 깎나" 반발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대전시가 내년 생활임금을 시급 9천600원으로 결정한 것을 놓고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전시 생활임금위원회가 표결을 통해 내년 생활임금을 9천769원으로 결정했으나 시가 169원 삭감한 9천600원으로 확정·발표했기 때문이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29일 논평을 통해 "시는 생활임금위원회는 심의기구일 뿐 결정은 시장이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임의로 삭감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사람존중, 노동존중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당선된 허태정 시장의 첫 노동정책이 생활임금 삭감"이라고 비판했다.
광주광역시는 내년 생활임금 올해 8천840원보다 14.1% 인상한 1만90원으로 결정했고, 서울시도 올해(9천211원)보다 10.1% 많은 1만148원으로 결정했다.
반면 대전시는 생활임금위원회가 9천769원으로 결정했음에도 시가 일방적으로 9천600원으로 확정했다며 반발하는 것이다.
이 단체는 이어 "임기 초부터 민관협치의 주요한 심의기구인 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별다른 이유 없이 무력화시킨다면 정상적인 협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지금이라도 근거 없이 결정한 생활임금 임의삭감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대전본부와 민주노총 대전본부도 30일 오전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의 생활임금 조정을 규탄할 예정이다.
양대 노총은 "서울과 경기 등 광역시뿐 아니라 많은 기초자치단체의 생활임금이 1만원을 넘어가는 추세에서 대전시가 위원회의 결정을 번복하며 1만원에도 못 미치는 생활임금액을 삭감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허 시장을 만나 위원회 결정을 번복한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원상회복을 요구할 방침이다.
앞서 정의당 대전시당도 논평을 통해 "재정 문제를 이유로 생활임금을 삭감했다는 것은 그저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 대전시는 생활임금위원회는 심의기구일 뿐 결정권자는 시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대전시 생활임금 조례에 따르면 생활임금은 생활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장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생활임금 조정이 시와 자치구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일부 자치구는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하지 않아 시 생활임금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할 경우 자치구 근로자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생활임금 외에도 근로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시책을 많이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허태정 시장은 유성구청장에 재직 중이던 2015년 구청 소속 저임금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생활임금제'를 충청권 최초로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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