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폭염 허위피해' 20억대 보험사기 오리 농장주 등 검거(종합)
축사 부수고·죽은 오리 부풀리고…경찰, 농장주·시공업자 등 3명 구속 15명 입건
(나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폭설과 폭염 등 자연재해때 피해를 본 것처럼 속여 수십억원을 가로챈 이른바 재해보험 사기를 저지른 오리 농장주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28차례에 걸쳐 가축재해보험금 23억원을 허위로 받아 챙긴 혐의(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로 오리 농장주 임모(50)씨 등 3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구속이나 입건된 사람 중에는 오리 농장주 말고도 축사를 부수고 시공해준 건축업자, 폐사 가축 수 조작에 함께 가담한 오리계열 회사 임직원 등도 포함됐다.
조사결과 임씨 등 오리 농장주들은 폭설이 내릴 때 일부러 햇빛 가림막을 치우지 않고 눈이 수북이 쌓이게 해 축사를 무너뜨렸다.
눈이 적게 내려 축사가 무너지지 않으면 기둥에 밧줄을 걸어 넘어뜨리거나 트랙터를 이용해 일부러 부쉈다.
특히 구속된 시공업자 김모(59)씨는 일감을 얻기 위해 아예 축사를 부숴 주고, 자신이 무너뜨린 축사를 다시 신축하거나 보수해 공사비를 챙겼다.
시공업자이면서 오리를 키웠던 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오리농장에서도 축사 부수기 등 같은 방법으로 보험금을 타냈다.
여름철 폭염 기간에도 이들의 보험 사기행각은 계속됐다.
농장주들은 사전에 계약을 맺은 회사에서 새끼오리와 사료를 받아 키워주고 다 자란 오리를 납품해 사육 수수료를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무더위에 폐사한 오리가 많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회사 임직원과 공모해 실제 납품 수량보다 적게 오리를 납품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농장주들은 이 서류를 근거로 부풀린 폐사오리 숫자만큼 보험금을 타내면서도 회사에선 실제 납품한 오리 마릿수 만큼 수수료를 정상적으로 받아 이중으로 수익을 챙겼다.
현장을 확인하러 온 손해사정인에겐 '오리 사체는 악취 때문에 전부 묻었다'고 둘러댔다.
이들이 폐사했다고 부풀린 오리만도 5만여 마리에, 타낸 보험금은 12억원에 달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불법 행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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