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극우돌풍'에 '핑크타이드' 퇴조?…좌우 뒤엉킨 중남미

입력 2018-10-29 08:00
수정 2018-10-29 15:49
브라질 '극우돌풍'에 '핑크타이드' 퇴조?…좌우 뒤엉킨 중남미

극우후보 승리한 브라질 주도 '우파 동맹' 현실화할 지 주목

메르코수르·남미국가연합 등 지역 국제기구 운명도 달라질 가능성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대선에서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승리하면서 중남미 지역의 정치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브라질 대선 결과로 지난 20여 년간 중남미 대륙을 휩쓸었던 '핑크 타이드'(Pink Tide·온건한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의 퇴조 양상은 조금 더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브라질과 중남미의 맹주를 다투는 멕시코에서 올해 말 89년 만에 좌파정권이 출범한다는 사실은 '핑크 타이드'가 완전 소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이 때문에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중남미 지역에서 좌파 또는 우파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어느 쪽도 대세론을 형성하지 못한 채 좌-우파 정권이 혼재하는 양상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중남미 각국에서 치러진 대선 결과는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12월 칠레 대선 결과 중도좌파에서 중도우파로 정권이 넘어갔다. 올해 4월 대선을 치른 코스타리카에서는 중도좌파 정권, 파라과이에서는 중도우파 정권이 유지됐다.

강경 좌파로 분류되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미주기구(OAS) 등의 인정을 받지는 못했으나 5월 대선에서 임기 연장에 성공했다. 6월 콜롬비아 대선에서는 정권 성향이 중도에서 우파로 바뀌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중남미 각국 정권의 이념적 성향이 다양해지는 것이 정치 지형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표현했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남미지역에서 '자유주의 동맹'을 추진하겠다며 대외정책 기조의 변화를 예고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 등 우파 정상들과 함께 우파 블록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을 리모델링하겠다는 뜻을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그동안 좌파 노동자당(PT) 정권 때문에 메르코수르가 잘못된 방향으로 운영됐다며 여러 차례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남미지역 최대 국제기구인 남미국가연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남미판 유럽연합(EU)'을 내건 남미국가연합은 지난 2008년 당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주도해 창설됐다.

노골적으로 친미(親美)를 표방하는 보우소나루로서는 남미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남미 통합을 지향한다는 목표를 내건 남미국가연합이 달가울 수 없다.

남미국가연합은 지난 4월 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콜롬비아·페루·파라과이 등 우파 정부가 들어선 6개국이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위기를 맞은 상태다. 보우소나루가 집권 후 탈퇴를 추진하면 남미국가연합은 사실상 국제기구 기능을 상실하면서 와해하는 운명을 맞을 수 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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