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시티, 태국인 구단주 헬기 추락 사망 공식 확인(종합2보)
나머지 탑승자 4명도 숨져…전날 헬기 이륙 후 경기장 인근 주차장 추락
2010년 인수 뒤 대규모 투자…2부리그→프리미어리그 우승 '동화' 이끌어
영국축구협회 회장 윌리엄 왕세손 "모든 팬이 그를 그리워할 것" 애도
(서울·런던=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박대한 특파원 =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의 태국인 억만장자 구단주 위차이 시왓다나쁘라파(61)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발생한 헬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고 레스터시티 구단과 현지 경찰이 28일 공식 확인했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레스터시티 구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레스터시티 경기장 인근의 헬기 추락으로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 가운데 시왓다나쁘라파 구단주가 포함돼 있음을 확인하게 돼 너무나도 유감스럽고 비통하다"고 말했다.
구단은 또 "세계는 위대한 인물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레스터셔 경찰은 "추락이 발생했을 때 긴급구조대가 즉각 현장에 투입돼 불을 끄고 탑승자들을 구조하려 했지만 모두 사망했다"면서 "탑승자 외에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구단과 현지 경찰 발표에 따르면 사고 헬기에는 시왓다나쁘라파 구단주 외에 직원 2명과 조종사 에릭 스와퍼, 그의 연인이자 역시 조종사인 이자벨라 로자 레코비츠 등 총 5명이 타고 있었다.
스와퍼는 영국 채널4, 버진 라디오 등의 라이브 방송을 위한 헬리콥터를 조종하는 등 20년 경력의 베터랑 조종사로 알려졌다.
시왓다나쁘라파 구단주는 레스터시티 홈 경기를 관람할 때마다 헬기로 이동해왔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헬기는 27일 밤 레스터시티 경기장에서 이륙한 직후 통제력을 잃고 회전하다 인근 주차장에 추락했다. 레스터시티와 웨스트햄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후 약 1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추락 후 헬기는 큰 화염에 휩싸였다. 경찰은 주차장에 있다가 헬기 추락으로 다친 사람은 없다고 밝히고, 사고 원인 조사에 며칠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단의 사망 공식 확인 이전에도 전날 사고 직후부터 많은 레스터시티 팬들은 사고 현장 주변에 몰려들어 구단 셔츠와 꽃을 내려놓고 슬퍼했다. 경기장 밖에는 임시 사당도 세워졌다.
이번 사고로 오는 30일 예정됐던 레스터시티와 사우스햄튼과 경기는 연기됐다.
윌리엄 왕세손과 테리사 메이 총리 등 주요 인사들도 이번 사고와 시왓다나쁘라파 구단주 등 사망자들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영국축구협회(FA)의 회장이기도 한 윌리엄 왕세손은 29일 시왓다나쁘라파 구단주가 축구계에 큰 공헌을 했으며, 레스터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스포츠의 모든 팬들이 그를 그리워할 것이며, 그를 알게 되어서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여기저기서 보이는) 큰 슬픔은 헬리콥터 탑승자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리처드 스커더모어 프리미어리그 최고경영자(CEO)는 "시왓다나쁘라파 구단주는 그의 정중함과 매력으로 축구계를 빛내온 신사"라며 "우리는 그를 매우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망이 공식 확인된 시왓다나쁘라파 구단주는 태국 최대 면세점 재벌이다.
지난 1989년 '킹 파워' 브랜드의 면세점 업체를 설립한 뒤 막대한 부를 일군 그는 2010년 레스터시티를 인수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에 힘입어 2부리그인 챔피언십 리그에 속해 있던 레스터시티는 5시즌 만인 지난 2016년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6 시즌 개막 당시 현지 도박업체가 예상한 레스터의 우승 확률은 5천분의 1이었던 만큼, 레스터시티의 깜짝 우승은 '동화'(fairytale)로 불리며 프로축구 인기가 높은 영국 사회를 들썩거리게 했다.
시왓다나쁘라파 구단주는 지역 사회와 관계도 돈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아동 병원에 200만 파운드(약 28억원)를 기부하는가 하면, 공짜 맥주와 음식을 제공하는 등 팬들과 거리감을 좁히는 행보를 자주해 지역 사회의 슬픔이 더 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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