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헤센주 선거서 메르켈의 기민 '퇴조'…연정구성 난항예고
기민·녹색·자민 간 연정 구성 가능성…기민 제외한 조합도 배제 못해
기민 연정 배제시 메르켈 정치적 위기 맞을 듯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의 중부 헤센 주 지방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이 승리를 예고했으나 득표율 저조로 연립정부 구성에 애를 먹을 전망이다.
메르켈 총리는 기민당의 퇴조를 확인한 셈이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됐으나, 기민당이 주축이 돼 연정 구성에만 성공하면 일단 한숨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 ARD가 28일(현지시간) 실시된 헤센 주 선거를 출구조사한 결과, 기민당이 27.9%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출구조사 결과대로라면 2013년 선거보다 (38.3%) 12% 포인트 정도 떨어진 수치다.
1970년 이후 기민당이 헤센 주에서 기록한 가장 낮은 득표율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최저 득표율은 36.8%였다. 기민당은 1999년 이후 헤센 주에서 집권해왔다.
다만 선거 전 26% 전후로 나온 여론조사 지지율보다는 다소 높았다. 선거 참패에 대한 우려로 전통적인 지지층이 막판 결집한 셈이다.
헤센 주는 독일 중심부에 위치한 교통의 요지이자 유럽의 금융·경제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가 소재하고 있고, 인구가 600여만 명이다.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은 19.9%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해 진보정당인 녹색당을 근소한 차이로 앞설 전망이다. 사민당은 이전 선거에서 30.7%의 득표율을 기록해 기민당과 마찬가지로 이번에 득표율이 대폭 떨어졌다.
지난해 9월 총선과 지난 14일 바이에른 주 선거와 마찬가지로 기성 대형 정당의 퇴조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녹색당의 예상 득표율은 19.5%다. 출구조사 결과대로라면 녹색당 지지율은 이전 선거보다 8% 포인트 이상 뛰어오르는 셈이다.
극우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2.1%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헤센 주 의회에 처음으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AfD는 독일의 16개 연방 주 의회에 모두 진출하게 됐다.
친(親)기업정당인 자유민주당은 7.5%, 좌파당은 6.6%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선거 결과에 따라 기민당은 녹색당, 자민당과 함께 연정 구성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헤센 주는 기민당과 녹색당이 과반 의석으로 연정을 구성하고 있으나, 두 당은 이번에 과반 의석에 미달하기 때문에 자민당을 끌어들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자민당의 크리스타안 린트너 대표가 중앙정부 연정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온 만큼, 헤센 주 자민당이 연정에 참여할지 미지수다.
기민당이 배제된 채 사민당과 녹색당, 자민당이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민당과 녹색당, 좌파당이 진보 블록을 형성해 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메르켈 총리로서는 기민당 중심으로 연정이 꾸려지는 게 최상책이다.
헤센 주에서 집권을 내준다면 중앙정치 무대로 역풍이 불어 대연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등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위기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기민당의 주 총리 후보인 폴커 보우피어 현 주 총리는 메르켈 총리의 강력한 우군이기도 하다. 보우피어 주 총리는 기민당 내부에서 메르켈 총리의 4연임을 강력히 지지했었다.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민당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연정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지 100% 장담할 수 없다면서 대연정 붕괴 시 조기 총선이 실시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연정의 한 축인 사민당 지도부도 조만간 대연정의 지속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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