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통째로 날아갔어요" 사이판 한인사회 태풍 피해 심각

입력 2018-10-28 18:46
"집이 통째로 날아갔어요" 사이판 한인사회 태풍 피해 심각

전기·수도 끊기고 생필품 바닥…"한국 정부가 도와줬으면"

한글학교 건물도 완파…재외동포재단 "절차 따라 지원할 것"



(서울=연합뉴스) 왕길환·강성철 기자 = 슈퍼태풍 '위투'가 핥기고 간 사이판 남서쪽 지역 한인들의 피해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박 모 씨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태풍이 강타한 지역에 사는 한인들의 집이 통째로 날아가는가 하면 천장이 무너지고 유리창이 깨져 폐허가 됐다. 대부분의 자동차도 바람에 뒤집혀 파손돼 고물이 됐다"고 알려왔다.

그는 "집을 잃은 한인들은 기거할 곳이 없어 그나마 피해가 덜한 이웃집에서 동거하고 있지만, 생필품도 식재료도 없어 하루하루를 막막한 상황에서 눈물로 보내고 있다"며 "복구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몰라 생계를 위협받는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이어 "수돗물과 전기도 끊겨 밤이면 암흑 속에서 지내고 있다"며 "특히 밤에는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데다 깨진 유리창과 지붕을 통한 각종 벌레의 습격으로 전염병에도 노출됐다"고 덧붙였다.

태풍 피해를 본 한인은 대략 1천명에 달하며, 주로 찰랑카노아와 단단, 코비라빌, 산빈센트 등지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인회와 여행사협회, 가이드협회는 한인들의 피해 상황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해 현지 공관과 재외동포재단, 한국 정부, 언론사 등에 보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여행사협회 관계자는 "우리 가족, 친척들 챙기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생계가 막막한 실정을 잘 파악해 피해를 본 한인들을 한국 정부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태풍은 현지 한글학교도 휩쓸고 갔다. 노종옥 사이판 한글학교 교장은 "교실들 천장이 다 내려앉고 현관과 교실 유리창이 깨졌다. 물이 교실 안으로 치고 들어왔다가 빠져나갔다"며 "건물을 다시 지어야 한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전 세계 한글학교 지원을 맡은 재외동포재단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재단 관계자는 "한글학교 건물이 완파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세한 실태 파악과 피해 상황을 조사한 뒤 절차에 따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네팔 지진 때에는 현지 공관을 통해 보수ㆍ신축 지원이 들어왔고, 재단은 예산을 편성해 한글학교를 새로 지어줬다"고 설명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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