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2주년' 광화문광장 찾은 시민들…"그때 우린 대단했지"
시민들이 찍은 스마트폰 사진전…쌀쌀한 날씨에도 발길 이어져
"세월호 대응 아직도 화가 나", "정치 갈등·북한문제 그때처럼 해결하길"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이게 말이 됩니까? 이게 나라입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국민들이 원합니다. 무엇입니까?"
2016년 10월 29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한 첫 번째 촛불집회에서 고(故) 노회찬 의원이 묻자,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하야하라"라고 외쳤다.
이 집회에는 당초 2천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최 측 추산 3만명이 운집해 청계광장을 메웠다. 이후 촛불은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우고도 넘쳤고, 누적 연인원 1천700만명, 하루 최대 참가인원 232만명이라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어느덧 촛불집회 2주년을 하루 앞둔 28일, 이제는 평화 집회와 국민 주권의 상징이 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당시 광장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전이 열렸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일반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촛불집회 사진 1천200여장을 전시하는 '시민이 기록한 촛불 사진전'이다. 전시는 이튿날(29일)까지 열린다.
고층빌딩 옥상에서 수십만명 이상 운집한 촛불을 내려다본 모습, 경찰 차벽을 '꽃벽'으로 만들겠다며 경찰 버스에 꽃 스티커를 붙인 모습, 교복 입은 청소년들이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가지고 다니며 집회 뒷정리를 하는 모습, 한 남성이 횃불을 들고 절규하는 모습 등 다양한 사진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날 서울에 비가 내리고 낮 최고기온이 13.5도에 불과할 정도로 쌀쌀했던 탓에 일요일이었지만 광장을 찾은 시민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산을 쓰고 광화문광장과 사진전을 둘러보는 시민들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한 남자아이는 촛불이 빽빽이 모여있는 사진을 가리키며 아빠에게 "아빠, 이 중에 나도 있겠지?"라고 묻기도 했다.
사진을 둘러보다 눈물을 닦던 장금숙(60·여) 씨는 "오늘 우울한 일이 있었는데 촛불집회 사진을 보니까 기분이 풀린다"면서 "나는 촛불처럼 뭔가 이뤄내는 힘이 있는 한국인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윤미경(54·여) 씨는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 화가 나고 답답했는데, 촛불집회는 뭔가를 바꿨으니까 보람찼다"면서 "수많은 사람이 모여서 촛불 하나하나가 점처럼 보이는 사진이 인상 깊다. 저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비폭력적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김은경(64·여) 씨는 "태풍으로 사이판에 고립된 우리 국민들 군 수송기 타고 돌아오지 않았나. 자연재해 때 정부가 이렇게 국민을 구하면 되는 것인데 세월호 때는 그러지 않았다"라면서 "지난 정권 일이나 세월호를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나서 눈물이 난다"며 고개를 저었다.
촛불집회에 거의 매주 참가했다는 김봉오(70·남) 씨는 "그때 참 대단했고 잘했는데, 지금은 정치 갈등도 심하고 북한 등 여러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 느낌"이라면서 "정치인들이 촛불 때 문제를 바로잡던 심정으로 정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에는 민중가수들이 참여하는 '저항음악제'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우천으로 취소됐다.
촛불집회 2주년 당일인 29일에는 광화문광장 북측에서 시민들이 다시금 발언대에 오르는 '나의 촛불' 행사가 열린다. 촛불집회 사회를 주로 봤던 박진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 팀장이 그때처럼 무대에 올라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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