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골프 박성국, 10년 133경기만에 첫 우승 감격(종합)

입력 2018-10-28 17:19
남자 골프 박성국, 10년 133경기만에 첫 우승 감격(종합)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최종일 3번째 연장전 승리



(김해=연합뉴스) 권훈 기자= 박성국(30)이 한국프로골프(KGT) 코리안투어 데뷔 11년 만에 감격의 첫 우승으로 무명 탈출을 선언했다.

박성국은 28일 경남 김해 정산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최종일에 3차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이준석(30)과 18번 홀(파4)에서 벌인 3차 연장전에서 박성국은 18m 먼 거리 버디 퍼트를 홀 옆에 붙여 파를 지켰고 보기 퍼트마저 넣지 못한 이준석을 따돌렸다.

2007년 데뷔한 박성국은 육군 보병사단 소총수를 복무한 2016년과 작년을 빼고 올해까지 10년 동안 코리안투어에서 뛰었지만 이름 석 자를 알릴 기회가 없었던 무명.

작년 12월 제대한 뒤 맞은 이번 시즌에도 톱10 입상은 SK텔레콤오픈 공동 10위 한 번뿐이어서 상금랭킹 56위에 머물렀다.

133번째 출전한 이번 대회 우승으로 단번에 2억 원의 상금을 보태 상금랭킹 8위(2억5천790만원)로 올라섰고 2020년까지 코리안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박성국은 "우승은 기대하지 않았기에 멍하다. 욕심 없이 편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러 우승할 수 있었다"면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데뷔한 2007년 몽베르오픈에서 배성철과 4차 연장전까지 벌여 준우승을 했던 그는 "그때보다는 그래도 덜 떨렸다"고 덧붙였다.

이날 4라운드 챔피언조 경기가 끝날 때까지도 아무도 박성국의 우승을 내다보지 못했다.

3타차 공동9위로 4라운드에 나선 박성국은 13번홀부터 18번홀까지 6개홀에서 버디 4개를 잡아내 공동선두에 3타 뒤진 3위로 경기를 끝냈다.

공동선두에 포진한 3명이 많게는 3개 홀이나 남아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신발까지 갈아신고 자동차에 탄 박성국은 선두와 타수가 1타로 좁아지자 차에서 내려 다시 골프화를 갈아신었다.

박성국은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상위권에 있었다. 차에 타서 스코어를 한 번 더 봤는데 선두와 1타 차였다. ‘연장전을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차에서 내렸다"고 말했다.

그 사이 1타 앞섰던 이준석, 이태희(34), 이형준(26)이 무너지며 기대하지도 않던 연장전에 나서게 됐다.

박성국이 이준석(30), 이형준, 그리고 박효원(31), 이수민(25) 등 4명과 18번홀(파4)에서 치른 첫번째 연장전은 코리안 투어 사상 첫 5명 연장전이다.

3년 전인 2009년 조니워커블루라벨 오픈 등 4명 연장전은 3차례 벌어졌다.

1차 연장전에서 박성국은 3.5m 버디에 성공해 4m 버디를 잡은 이준석과 2차 연장에 진출했다.

2차 연장전에서 그린 밖에서 친 세 번째 샷을 실수해 더블보기를 적어냈지만, 이준석도 벙커에서 한 번에 빠져 나오지 못해 같이 더블보기를 해 위기를 넘겼다.

3차 연장전에서 박성국은 그린에 볼을 올렸지만, 워낙 먼 거리라 파세이브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박성국은 침착하게 두번의 퍼트로 마무리,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성국은 "처음 퍼트할 때나 우승을 확정짓는 짧은 퍼트 때 엄청나게 떨렸다"고 털어놓고 "첫 우승 물꼬를 텄으니 체력과 퍼트를 보완해 한국오픈 처럼 큰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국은 우승 스코어가 4언더파에 그칠만큼 어려운 코스에서 치러진 이 대회에서 4라운드 동안 한번도 오버파 스코어를 적어내지 않은 유일한 출전자로 나타났다.

1라운드 72타, 2라운드 70타, 3라운드 72타를 친 박성국은 "그런 줄 몰랐다. 어려운 코스다 보니 조심스럽게 플레이했던 결과가 아닌가 싶다"고 자평했다.

호주에서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와 주니어 시절을 함께 보낸 교포 이준석은 3차 연장전에서 두번째샷을 벙커에 집어넣은 뒤 벙커에서 빼낸 볼이 홀에서 10m나 지나가는 바람에 생애 첫 우승 기회를 날렸다.

이준석은 선두를 달리던 4라운드 17번홀(파3)에서 그린을 놓쳐 1타를 잃은 게 뼈아팠다. 이준석은 4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쳤다.

제네시스 포인트 2위 이형준은 준우승에 그쳤지만 1위 박상현(35)과 포인트 격차를 498점으로 줄여 남은 2개 대회에서 역전의 불씨를 살렸다. 제네시스 포인트는 우승에 1천점, 준우승에 600점을 준다.

이형준은 단독선두를 달리다 13번홀(파4)에서 트리플보기로 무너졌다가 14∼16번홀 연속 버디로 다시 단독 1위를 되찾았으나 17, 18번홀 보기로 연장에 끌려들어가 땅을 쳤다.

4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친 박효원과 2타를 줄인 이수민은 극적으로 연장에 합류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박상현(35)은 상금랭킹 2위 이태희(34)가 공동6위(3언더파 285타)에 그치면서 상금왕을 확정했다.

3라운드에서 선두에 나섰던 이태희는 2타를 잃었다.

박상현은 이 대회와 같은 기간 중국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HSBC 챔피언스에 출전해 공동37위를 차지했다.

2011년, 2014년, 2016년 등 3차례나 상금 2위에 머물렀던 박상현은 올해 3승을 거두며 난생 처음 상금왕에 올랐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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