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터키, 4자회담체제로 시리아해법 주도 시도…UN, 들러리되나
쿠르드 놓고 터키와 갈등겪는 美 빠져…美·이스라엘 견제 이란도 제외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에서 27일(현지시간) 열린 시리아 문제 논의 '4자 회담'은 러시아와 터키가 미국을 배제한 채 시리아 해법을 주도하고, 국제사회로부터 그 정당성을 인정 받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시리아내전이 러시아를 등에 업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부의 승리로 굳어지며 유엔 주도의 시리아 평화협상은 지난해부터 공전했다. 유엔의 노력은 시리아 정부의 비협조적 태도로 논의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
대신 '승전국' 러시아 주도로 각각 러시아 소치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출범한 '소치 정상회의'와 '아스타나 회의'가 주된 협상 테이블 역할을 했다.
시리아 정권을 지원한 러시아·이란과, 반군을 지원한 터키는 소치 정상회의를 통해 '긴장완화지대' 등 주요한 합의를 도출했다.
아스타나 회의에서는 시리아내전의 당사자와 개입 주체들이 모여 휴전 이행 방안 등 실무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소치와 아스타나 체제는 실행력을 수반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지만 유엔 평화협상과 별개로 진행되고 서방도 참여하지 않아 국제사회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러시아·이란·터키 3자가 주도하는 구조로는 전후 체제 논의와 재건 단계에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끌어내기 쉽지 않았다.
러시아와 터키는 이에 따라 자신들이 주도하는 시리아 전후 정치 절차에 동력을 부여하기 위해 독일과 프랑스를 참여시켜 4자 회담 체제를 출범시킨 것으로 관측된다.
익명을 요구한 터키 당국자는 유력 일간지 휘리예트 영문판에 "4자 회담은 아스타나와 소치 체제를 보완하는 성격"이라고 말하고, "시리아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정치적 해법을 만들기 위해 4자 회담 체계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동맹 터키의 강력한 반발에도 터키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는 시리아 쿠르드계와 손잡았다.
이란의 경우 소치 정상회담의 일원이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강력한 견제를 의식해 이번 정상회담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4자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에 대한 결정을 이란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논의 4자 정상회의 체제가 지속하면, 유엔의 역할은 4자가 타협한 결과를 추인하는 '들러리'로 축소될 수 있다.
이날 러시아·터키·독일·프랑스 정상은 공동선언문에서 유엔이 지원하는 정치적 절차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시리아 개헌위원회의 구성·운영 과정에서 지금까지와 달리 유엔이 실질적인 역할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유엔의 시리아특사 스테판 데 미스투라는 이러한 외부 우려를 의식한 듯 "유엔 주도 아래 믿을 수 있고 균형 잡힌 개헌위원회 구성을 원하는 국제사회의 합의가 있다"면서 4자 회담에 가서 이런 부분을 설명하겠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영상으로 보고했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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