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사망 제주 삼다수 기계, 8월 안전검사에선 '합격' 판정
안전보건공단 부실 검사 의혹…이용득 의원 "보다 확실한 감독·점검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최근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를 일으킨 제주 삼다수 공장 기계가 사고 2개월 전 안전검사에서 전 항목 '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실한 안전검사가 사고를 초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안전보건공단은 올해 8월 9일 문제의 제주 삼다수 공장 제병기(병을 만드는 기계) 안전점검을 했다.
이 기계는 안전점검 10개 필수 항목에서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다.
필수 항목 중에는 이번 노동자 끼임사고와 관련될 수 있는 '방호 장치'와 '협착 위험 방지' 항목도 있었다.
'방호장치' 판정 기준은 '구조가 안전 인증 기준에 적합하고 다음 작동 상태가 원활할 것'으로, 그 대상에는 '플레이트의 닫힘에 의한 위험 방호장치'도 포함됐다.
'협착 위험 방지' 판정 기준은 '동력으로 작동하는 가드에 의해 협착 등의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가드의 닫힘 운동을 즉시 정지시킬 수 있는 트립 장치가 설치돼 있을 것'으로 돼 있다.
이 2개 항목 외에도 '전기회로', '전동기', '접지 상태' 등 모든 필수 항목이 합격 판정을 받았다.
공단이 안전검사를 한 지 약 2개월 만인 이달 20일 문제의 기계로 작업을 하던 제주 삼다수 공장 노동자 김 모(35) 씨는 기계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공단이 기계 방호장치 등 안전점검을 꼼꼼히 해 문제를 발견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공단 검사에 앞서 올해 3월 제주 삼다수 공장 안전점검을 했던 대한산업안전협회는 당시 보고서에서 "기계 설비에 대한 청소, 점검, 급유, 보수 등 비정상 작업을 할 경우 협착 등 사고 위험이 있으므로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조치 이행 지도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제병 기계 안전장치를 두고는 "제병기 출입문은 개방시 스위치 작동으로 연동돼야 하나 연동장치 미작동으로 기계 구동부에서 근로자 근접으로 협착 사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은 26일 제주도를 대상으로 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거론돼 공장의 '안전 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용득 의원은 "안전보건공단의 안전점검이 허술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장의 안전은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므로 보다 확실하게 감독하고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공단 관계자는 "기계 장치의 잘못된 조작 등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아직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되면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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