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중미 이민자 행렬…멕시코남부서 한나절 100㎞ 강행군(종합)

입력 2018-10-27 09:13
속도내는 중미 이민자 행렬…멕시코남부서 한나절 100㎞ 강행군(종합)

일부 트럭·열차 올라타 위험한 여정…"캐러밴 어린이 2천300명"

美 국경폐쇄 행정명령 검토…"트럼프, 선거직전 이민문제 중대연설 검토"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김지연 기자 = 미국 정착을 희망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강경 대처 방침에도 국경을 향한 고단한 여정을 재개했다.

밀레니오 TV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캐러밴은 이날 새벽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에서 긴 '인간 띠'를 이루며 북쪽으로 101㎞ 떨어진 아리아가로 향했다.

이들은 이날 정오가 되기도 전에 100㎞를 움직였다. 멕시코에 진입한 지난 20일 새벽부터 저물녘까지 32.2㎞를 움직였던 것과 비교하면 빨라진 속도다.

상당수 이민자가 먼 이동 거리를 고려해 지나가는 트럭 등 차량에 무료로 올라타거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일부는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화물 기차에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올라 이동 속도를 더 낼 작정이라고 미국 폭스뉴스가 전했다.

많은 이들이 감기와 탈진, 발 부상 등을 호소하고 있다. 기침 소리가 여기저기서 끊이질 않는다.

자원봉사에 나선 의사와 간호사들은 체온을 재고 물집, 탈수 등에 대한 응급 처치를 한 뒤 약을 배포했다.

캐러밴이 앞서 노숙했던 지역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피히히아판 주민들도 전날 광장으로 몰려나와 헌 옷과 샌드위치, 기초 의약품 등을 나눠줬다.



캐러밴은 북진하면서 규모가 점차 줄고 있다. 유엔이 지난 22일 국제이주기구(IOM) 보고서를 토대로 7천200여 명으로 추산했지만, 현재는 4천여 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25일 기준으로 캐러밴 중 1천743명이 멕시코 정부에 망명 신청을 했다.

앞서 일부 멕시코 언론은 이번 캐러밴 행렬이 3개이며 총 1만4천 명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캐러밴에 깨끗한 물, 적절한 위생 등 필수적인 보건 서비스와 보호가 필요한 2천300명의 어린이가 포함된 것으로 추산했다.

캐러밴의 북상이 계속되자 미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러밴의 망명 신청권을 거부하고 이들을 상대로 국경을 폐쇄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또 캐러밴에 맞서 최대 1천 명에 이르는 현역 군인을 남부 멕시코 국경지대에 배치하기로 했다.

ABC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들의 월경과 망명 신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리는 "정부는 민주당발(發) 대규모 불법이민 위기 문제를 해결하려 광범위한 행정적·법적·입법적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법원에서 제동에 걸릴 게 확실시된다고 ABC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민과 국경 문제에 대해 중대연설을 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백악관이 내달 6일 중간선거를 며칠 앞두고 이 이슈를 전면에 꺼내 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이런 소식을 들은 4자녀의 어머니 칸디 기예르모(37)는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여기에는 아이들이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놀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인도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주고 싶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캐러밴은 세계에서 가장 살인율이 높은 온두라스를 비롯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에서 폭력과 마약범죄, 가난을 피해 고국을 떠나 도보나 차량으로 미국을 향해 이동하는 이민자 행렬을 가리킨다.

이들은 이동 중 인신매매 조직이나 갱단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려고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 가난한 중미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도록 해주는 밀수업자(Coyote·코요테)에게 1만 달러(약 1천140만 원) 안팎의 대가를 치르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 되는 점도 캐러밴 형성의 다른 요인이다.

멕시코나 미국에서 망명이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캐러밴은 지난 12일 160명 규모로 온두라스 북부 산 페드로 술라 시를 출발했다.

캐러밴이 이날 오후 아리아가에 도착해도 최단 거리상에 있는 미국 텍사스 주 매캘런까지 아직 1천537㎞가 남아 있다. 수면과 휴식 없이 걸을 경우 312시간 걸리는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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