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또렷했던 아들이 이틀 만에 혼수상태'…의료사고 주장(종합)
"응급환자 방치해 의식불명" vs "병원 매뉴얼에 따라 치료"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오토바이 사고로 병원 응급실을 찾은 20대가 이틀 만에 회복이 불투명한 혼수상태에 빠졌다.
가족은 "병원의 뒤늦은 대처로 납득할 수 없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26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5시 30분께 전주시 한 도로에서 이모(24)씨가 탄 오토바이가 도로 표지판을 들이받았다.
이씨는 사고로 얼굴을 다쳐 이날 오후 6시 15분께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당시 환자를 이송한 구급대원은 "이씨가 장애물과 충돌해 얼굴을 다쳤으나 제때 치료를 받으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사고 직후 병원을 찾은 가족에게 설명했다.
이씨 누나는 "동생을 처음 봤을 때 입을 다쳐서 말은 잘하지 못했지만, 필담이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또렷했다. 손짓과 몸짓 등 신체 활동도 원활했다"고 기억했다.
가족들은 응급실에 누운 이씨가 손을 잡고 '괜찮다'는 의사 표현을 할 정도로 건강에 큰 이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가족이 제시한 병원 진료기록에도 사고로 인한 얼굴 주변 부상 외에는 심각한 증상은 없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씨가 응급치료를 받은 시각은 병원에 도착한 지 4시간이나 지난 오후 10시께였다고 가족들은 주장했다.
의료진은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이씨 목에 관을 삽입하려다가 실패하자 기관을 절개해 기도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경련과 발작 증세를 보인 이씨는 20분 가까이 심장이 멎었다가 심폐소생술을 통해 소생했다.
그러나 이씨는 심정지로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 이틀 뒤인 21일 회복이 불투명한 혼수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병원의 안일한 대응이 환자 상태를 악화시켰다고 하소연했다.
이씨 아버지는 "응급실에 도착한 아들은 4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치료다운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구급대원이 입에 물려준 거즈와 솜뭉치가 치료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어 "금요일인데도 주치의는 환자 옆에 없었고 인턴과 레지던트, 간호사만이 응급실을 지키고 있었다"며 "이 한심한 시스템이 아들을 죽음 직전으로 내몰았는데 거대한 병원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슬프다"고 울분을 토했다.
병원 측은 전반적인 치료 과정에 문제가 없었으며 매뉴얼대로 조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응급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근거로 환자를 방치했다는 가족들의 주장에 대해 해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도착하고 나서 즉시 상처를 소독했고 혈액검사와 컴퓨터 단층촬영(CT) 등 여러 검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의료진이 시간을 두고 환자의 건강 상태를 계속해서 확인하는 모습도 CCTV에 기록돼 있다"며 "환자를 4시간 넘게 방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흡곤란을 겪는 환자의 기도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문제가 발생해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당시 의료진을 상대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a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