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찾은 獨슈뢰더 "국제사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지원해야"

입력 2018-10-26 16:16
수정 2018-10-26 16:36
광주 찾은 獨슈뢰더 "국제사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지원해야"

연합뉴스와 인터뷰…"영화 '택시운전사'속 청년 죽음 가슴아파"

아내 김소연 씨 "양국 미래세대 연결하는 일 하고 싶다"



(광주=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한반도에서 하나의 평화 프로세스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북한이 프로세스의 첫발을 내디뎠다면 국제사회도 그에 상응하는 첫발을 함께 내디뎌 프로세스가 잘 작동되어 가도록 해주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26일 광주를 방문한 슈뢰더 전 총리는 한 호텔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북 접근에 '속도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에 대해 "저는 이러한(대북 상응조치보다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는)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나 미국의 입장은 잘못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 아내 김소연 씨도 동석했다.

슈뢰더 전 총리의 언급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촉진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가속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남북교류, 대북제재 완화 등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슈뢰더 전 총리는 그러면서 "지금 한국에서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프로세스가 가동되기 시작했는데, 이제 막 시작한 프로세스를 국제사회가 긍정적으로 지원하면서 함께 나아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특정 단계에 이르면 주변 관여국들이 아니라 당사자 국가가 직접 이 프로세스를 끌고 나아가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물론 그런 단계가 되면 저항도 있다. 그러나 어떤 저항에도 불구하고 당사국이 의지를 갖고 프로세스를 지속해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하면 결과가 그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만약 다른 국가들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 오히려 당사국인 남북은 프로세스를 더 가속함으로써 이것이 옳은 프로세스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슈뢰더 부부는 지난 5일 베를린의 유서 깊은 최고급 호텔인 아들론에서 결혼식을 올렸으며, 28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축하연을 개최한다.



축하연 개최에 앞서 부부는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를 위해 이날 오전 대전 일정을 마치고 광주로 향했다. 슈뢰더 부부는 참배에 이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북한 작가의 작품을 전시 중인 광주 비엔날레 전시도 관람할 계획이다.

슈뢰더 전 총리에게는 민주묘지는 물론 광주도 첫 방문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지난 한국 방문시 관람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민주묘지 방문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택시운전사'는 5·18 민주화 운동의 참상을 전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운 택시 운전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슈뢰더 전 총리는 "지난해 자서전 출판 기념으로 방문했을 때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는데 영화에서 꽃다운 나이 젊은 학생들이 총에 맞아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며 "배경 무대가 되는 장소를 찾는 것은 저에게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장소에는 발포 명령으로 젊은이들이 죽어가는 잔혹성의 얼굴과, 젊은이들의 용기라는 또 다른 얼굴이 상존한다고 본다"고 방문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부부는 독일 결혼식 이후 '신혼여행지'의 하나로 나치 수용소가 있었던 바이마르 인근 부헨발트(Buchenwald)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다. 언뜻 '허니문' 장소로는 잘 떠오르지 않는 곳이다. 김소연 씨의 바람이 반영됐다고 한다.



김소연 씨는 "독일 역사를 우리가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밝은 면뿐만 아니라 역사의 어두운 면도 독일 역사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두 가지를 다 채워가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슈뢰더 전 총리는 지난 한국 방문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계시는 '나눔의 집'을 방문해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2015년 위안부 합의를 놓고 한일 양국이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 대해 슈뢰더 전 총리는 "지금 한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 대해 취하는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며 "왜냐하면 일본이 과거 역사에 대해 제대로 청산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할머니들과 충분한 합의와 논의 없이 만들어진 합의였다면 실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씨는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한국과 독일을 연결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서로를 알고 싶어하는 양국의 중요한 미래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앞으로 살펴보고 지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슈뢰더 전 총리에게 결혼식 이후 정식 '슈사위'로서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소감이 어떤지 물었다.

"저는 사실 제 아내인 김소연 씨 어머니의 사위죠(웃음). 한국의 사위라는 말 자체가 상당히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일단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hapy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