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섬이 좋다"…여수 개도 멸치잡이 형제

입력 2018-10-28 08:00
[사람들] "섬이 좋다"…여수 개도 멸치잡이 형제

TV 인간극장 출연 계기로 배우 임원희와 만나 '화제'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미운 오리새끼'에서 배우 임원희씨는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 출연했던 멸치잡이 형제를 만나러 전남 여수시 개도를 찾아 화제가 됐다.



평소 인간극장을 즐겨보는 임씨는 2014년 TV인간극장에 출연했던 개도의 멸치잡이 형제인 김영삼(44)·김영호(43)씨를 실제로 보자 '연예인을 보는 것 같아요'라며 신기해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서울에서 살다 고향으로 돌아와 멸치를 잡으며 사는 형제의 애틋한 사연이 당시 방송되면서 형제는 일약 스타가 됐고 4년여 만에 임원희 씨의 개도 방문으로 이어져 이들의 삶이 또 주목을 받았다.

임원씨와의 방송출연으로 멸치잡이 형제의 안부를 묻는 문의가 잇따른다고 개도출장소 직원이 귀띔하기도 했다.

귀어는 호령·모전마을 어촌계장으로 일하는 동생 영호씨가 먼저 했다.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던 영호씨는 2007년 고향을 찾았다가 아버지(78)를 돕기 위해 주저앉았다.

형 영삼씨는 서울에서 레포츠 강사를 하다 5년 전 동생을 따라 귀어했다.

아버지에 이어 멸치잡이를 하게 된 형제는 멸치 가공을 현대화하기 위해 대형 솥·건조기·선별기를 작업장에 들였다.

물때에 맞춰 멸치를 잡는 것은 전통 방식 그대로지만 소득 증가를 위해서는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개도에서 잡히는 멸치는 삶을 때 소금을 넣지 않고, 바닷물을 넣어 짜지도 않는다.

오직 맑은 햇빛과 해풍에 말려 감칠맛을 내는데 이 맛이 일품이다.

도시에서 섬으로 돌아온 형제는 귀어 4년 만에야 넉넉한 바다의 품속에서 조금씩 여유로운 일상의 맛을 느끼고 있다.

영삼씨는 "문화적 혜택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살다 보면 도시처럼은 아니지만 섬에서도 문화적 일상을 누릴 수 있다"며 "자급자족할 수 있는 데다 아이들 교육비도 걱정도 없어 생활비도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분들이 경제적으로 힘들 때 귀농이나 귀어를 고민하는데 사전에 지자체에 문의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호씨는 자신들을 보러 온 배우 임원희씨와 만났을 때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임원희씨가 저희를 만나러 개도에 온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는데 막상 만나보니 오히려 더 부끄러워하시는 것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또 "일에 얽매여 있는 도시에 비해 섬에서는 오늘 못하면 내일 해도 되는 여유가 있다"며 "자연환경이 변해서인지 멸치가 많이 잡히지 않아 걱정이지만, 여유롭고 자유롭게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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