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 중단 1년'나주 열병합발전소 해법 없나
주민은 반발·공사는 소송…공론화는 주체 못 정해 갈등 장기화
(나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의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특히 나주시와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지난 6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열병합발전소 갈등을 해결하기로 했지만, 막상 공론화 추진 주체를 찾지 못하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난방이 필요한 겨울철이 다가와 발전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혁신도시 주민의 난방비 증가는 물론 최악에는 난방 중단도 우려된다.
28일 나주시에 따르면 나주 열병합발전소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내 공동주택과 공공기관 등에 집단 열에너지와 전기공급을 위한 시설로 사업비 2천700억원을 들여 2014년 착공, 지난해 9월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시험가동에 들어가자마자 광주시 생활 쓰레기로 만들어진 SRF를 반입한다는 이유로 주민 반발이 이어져 현재까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 공론화 누가 맡나
나주시는 지난 8월 29일 전남도에 공문을 보내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갈등 해소를 위해 공론화를 추진해 줄 것을 전남도에 건의했다.
나주시는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 이해 당사자인 탓에 공론화 과정을 주도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열병합발전소 문제는 나주뿐만 아니라 화순·목포·신안·순천·구례 등 전남 6개 시·군 생활폐기물 처리 문제와도 연계돼 있어 광역자치단체인 전남도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주시는 전남도가 공론화를 주관하면 적극적으로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지역 주민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나주시가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적, 행정적 노력을 했으나 발전소 가동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나주시 차원의 해결에는 한계가 드러난 점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나주시의 공론화 건의에 대해 전남도가 난색을 보이면서 공론화 문제가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는 나주시에 보낸 회신을 통해 "나주 열병합발전소에는 광주시의 SRF도 반입되는 등 광역단체 간의 조정과 협의가 요구되는 사안이다"며 "따라서 공론화를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어떤 결론이 나도 골칫덩어리인 이 문제를 안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 찬반 갈등 격화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공론화 주체를 찾지 못하면서 이해 당사자 사이의 갈등은 커지고 있다.
발전소 가동을 반대하는 범대위는 반대 집회를 1년여 동안 계속하고 있다.
범대위는 나주지역 이외의 SRF 반입 반대, SRF의 안전성이 검증될 때까지 액화천연가스(LNG) 100% 사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범대위는 또 지난달 3일 열병합발전소가 나주시민의 환경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대상기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광주광역시, 나주시 등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1일 444t으로 계획된 SRF 사용 연료를 30% 감축, 광주지역 SRF 반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체 수요처' 확보 등을 절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이와 함께 열병합발전소가 가동되지 못해 입은 손해에 대해 올해 초 나주시를 상대로 3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데 이어 추가적인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구상권 청구까지 겹치면 나주시가 배상해야 할 금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광주시와 주식회사 청정빛고을이 광주시 남구 양과동 가연성폐기물 연료화 시설의 가동 중단으로 지역난방공사를 상대로 연간 180억원을 물어내라는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난방공사는 불가항력(발전소 미가동)에 따른 것이니 물어줄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패소할 경우 나주시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 갈등 부른 안일한 행정
SRF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둘러싼 갈등은 전남도와 나주시의 '안일한 행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발전소를 준공하고도 주민 반대에 부딪혀 1년 넘게 가동을 못 하는 이유는 '광주권 SRF 연료 반입'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난방공사는 2013년 8월 1일 전남도에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집단에너지 사업 SRF 활용 동의 요청'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공문에는 "2009년 전남도, 전남 6개 시·군과 체결한 업무협력합의서에 따라 열병합발전과 집단에너지 공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남지역 SRF 연료 부족으로 발전소 건설을 보류하고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광주권 생활폐기물 연료화사업을 통해 연료부족난을 해결하려 한다"며 전남도의 '동의 여부'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전남도는 '광주권 SRF 반입'에 대해 동의 여부를 표시하지 않은 채 "집단에너지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사업이 정상적으로 설치·운영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는 내용을 회신했다.
나주시도 8월 29일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받았지만, 전남도 회신 내용과 같은 공문을 다음날 회신했다.
이를 두고 난방공사는 '동의했다'고 해석한 반면, 전남도와 나주시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석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법무법인 김앤장과 나주시가 선임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인은 '동의한 것'으로 해석했고, 이후 나주시가 난방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열병합발전소 가동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 관할 법원인 광주지방법원 재판부에서도 '동의한 것'으로 유권해석을 내림으로서 공문 해석을 놓고 벌어진 이견은 일단락됐다.
◇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난방비 상승 우려
나주혁신도시 내 열병합발전소가 SRF 연료를 사용하지 못하면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난방비가 상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범대위는 1일 최대 440여t의 SRF 연료 사용이 사실상 '쓰레기 소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배출로 주거지 대기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환경오염이 없는 LNG 연료만으로 난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난방공사는 발전기 고장 우려와 난방비 상승, 적자 누적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나주열병합발전소의 LNG 발전기는 2대다.
SRF 발전기를 중심으로 설계돼 LNG 발전기는 보조 개념으로 한 대를 가동하고 나머지 한 대는 예비 발전기로 분류된다.
현재 혁신도시 상가에 공실률이 많아 아파트 1만4천여 가구에 난방을 보급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올겨울 2대의 LNG 발전기를 활용할 수밖에 없고 한대가 고장 나면 난방공급이 중단되거나 공급 시간이 대폭 줄어들 우려가 커진다는 것이다.
난방공사는 또 매일 최대치 SRF를 사용해도 연간 70억원 정도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LNG만으로 난방을 공급하면 적자 폭은 2배 이상으로 커진다고 주장한다.
결국 주민들 입장에서는 난방비가 증가하고, 난방공사는 적자 폭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주시 관계자는 "현재 공론화 주체를 둘러싸고 전남도와 산자부 등 서로의 입장이 달라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결론을 내고자 기관간 협의를 계속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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