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멸종 운석이 만든 '칙슬루브 충돌구' 형성 과정 밝혀져

입력 2018-10-26 11:27
공룡 멸종 운석이 만든 '칙슬루브 충돌구' 형성 과정 밝혀져

수십억t의 암석이 파편화돼 액체처럼 움직이며 평평한 충돌구 만들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6천600만년 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떨어진 초대형 운석은 지구상의 동·식물 종(種) 75%를 사라지게 했다. 수천만년에 걸쳐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도 이때 멸종했다.

이 운석이 만든 '칙슬루브 충돌구(crater)'의 형성 과정은 그러나 지금까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왔다. 특히 충돌구 한가운데 수백m 높이로 형성돼 있는 고리 형태의 언덕인 이른바 '피크링(peak ring)'은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함부르크대학 지질연구소의 울리히 릴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피크링 해양시추 등을 통한 암석 증거를 확보해 이런 베일을 걷어내는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밝혔다.

연구팀은 약 12㎞ 크기의 대형 운석이 충돌했을 벌어지는 현상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했다. 충돌 즉시 깊이 30㎞, 너비 100㎞의 초대형 구덩이가 생기고 이어 구덩이 외곽 벽이 안쪽으로 무너지면서 중심 부분이 순간적으로 히말라야 산처럼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과 수분만에 붕괴하면서 피크링이 생성되고 최종적으로는 너비 200㎞, 깊이 1㎞ 형태를 띠게 된다.

이런 과정은 충격을 받은 암석이 순식간에 힘을 잃고 마찰력 없이 액체처럼 흐르는 '액상화 현상(acoustic fluidization)'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연구팀은 칙슬루브 충돌구의 피크링 암석을 시추해 이런 액상화 현상의 증거를 찾아냈다. 해양지구과학 연구 프로그램인 '국제공동해양시추사업(IODP)' 을 통해 칙슬루브 인근 바다에서 퇴적물을 뚫고 지름 약 30㎝로 1.6㎞를 파고들어 간 결과 파편화된 암석을 발견한 것이다.



릴러 교수는 "우리가 시추를 통해 발견한 것은 파편화된 암석으로, 처음에는 밀리미터 크기의 작은 조각으로 으깨어져 액체처럼 움직임으로써 종국에는 충돌구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칙슬루브뿐만 아니라 달 등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충돌구의 특징이기도 하다면서 태양계의 대형 충돌구 형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논문 공동저자인 퍼듀대학의 제이 멜로시 교수는 "파편화된 암석이 이를 지속적으로 흔드는 강력한 진동으로 액체처럼 흐르게 된다는 점을 이번 연구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됐다"면서 "이는 산사태나 지진 등에서 대형 암석이 어떻게 액체처럼 흐르게 되는지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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