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NAFTA, 차 주요부품 역내생산 의무화…역외국에 불리

입력 2018-10-26 10:15
新NAFTA, 차 주요부품 역내생산 의무화…역외국에 불리

엔진·변속기 등 7개 중 한 개라도 역외품이면 관세면제 못받아

한·일 등 역외국 업계에 불리…조문 복잡해 업계 "내용 확인중"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타결한 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격인 '미·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은 현지생산 자동차에 대해 엔진과 변속기 등의 주요부품을 역내 3개국에서 생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는 지난달 30일 기존 NAFTA를 수정한 새로운 협정에 합의했다. 새 협정은 2020년 발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협정은 현지 생산 자동차의 경우 주요 부품의 역내생산을 의무화했다. 엔진과 변속기, 완충기(서스펜션), 전기자동차(EV) 등에 사용하는 충전지 등 7개 부품이 대상이다. 이중 하나라도 역외에서 생산된 부품을 사용하면 해당 차종은 역내 생산차로 인정받지 못해 수출입 때 관세면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기존 NAFTA에서는 금액 기준으로 현지 조달 부품이 62.5% 이상이면 역내생산차로 인정하고 있다. 새 협정에서는 이 기준이 75%로 높아지며 부품의 40% 이상을 시급 16 달러(약 1만8천200 원) 이상의 노동자가 생산하도록 규정했다.

이들 조건에 더해 주요 부품은 역내 생산을 의무화했다. 미국의 경우 이들 부품을 작년에 약 450억 달러(약 51조 원)어치 수입했다. 이중 절반은 역외에서 조달했다. 새 협정은 이들 부품의 역외 조달을 어렵게 해 역내 국가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메이커들은 주요 부품의 역외 조달이 적어서 한국과 일본, 유럽 자동차 메이커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은 주요 부품을 역외에서 조달하는 모델도 많아 이 규정을 따를 경우 새로운 설비투자와 부품 조달처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견 메이커들이 특히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진이나 변속기 생산설비를 갖추려면 1천억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일본 마쓰다자동차의 경우 멕시코 공장에서 소형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2021년 가동 예정인 미국 신공장에서 다목적스포츠차량(SUV)을 생산할 계획이지만 변속기는 모두 일본제를 쓰고 있어 새 협정에 따르면 관세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스바루는 미국 인디애나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 일본에서 반제품이나 완제품으로 수출하는 엔진과 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도 미국과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변속기로 독일제와 일본제를 이용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측은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취재에 "새 협정의 영향을 분석중"이라고 밝혔다.

현지 조달비율이 높은 도요타(豊田)자동차도 일부 차종은 새 협정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하이브리드(HV)를 생산하고 있지만 판매량이 적어 주요 부품을 일본에서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2020년부터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HV용 변속기 현지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새 협정은 조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자동차 회사들은 현재 구체적인 조건을 확인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 메이커의 한 간부는 예컨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멕시코 생산차를 미국에 수출할 경우 "최혜국대우 관세율인 2.5%만 물면 되는건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인 JETRO의 통상 담당자들도 새 협정의 자세한 조문확인을 추진하고 있다. JETRO는 11월 이후 관계기업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업계는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내년 초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일물품무역협정(TAG) 협상 등을 지켜보면서 현지 생산시설 투자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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