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아르메니아·아제르 분쟁해소, 美에 중요"…이유는 이란
볼턴, 파시냔 총리와 회담 후 밝혀…"美무기 공급 가능성도 검토"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아르메니아를 찾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사이 영유권 분쟁 해소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유는 이란의 숨통을 조이기 위해서다.
25일(예레반 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아르메니아 예레반에 도착한 볼턴 보좌관은 니콜 파시냔 총리와 만난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민스크그룹' 공동의장으로서 역할을 통해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해소를 지원할 열의가 있다"고 밝혔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제르바이잔 영토 안에 있고 국제법적으로도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1990년대 초반 아르메니아계 분리주의 세력이 무력으로 이곳을 장악한 이래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한다.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을 중재할 의도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민스크그룹'을 구성했으나 현재까지 해법을 도출하지 못했다.
볼턴 보좌관은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해소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에 이로울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도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민스크그룹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아르메니아의 입장을 잘 들었으며, 이는 미국이 보기에도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이 해묵은 나고르노-카라바흐 문제에 관심을 나타낸 것은 대(對)이란 제재 빈틈을 막기 위해서다.
볼턴 보좌관은 앞서 이날 미국의 국제방송 '자유유럽방송/자유라디오(RFE/RL) 아르메니아지국과 인터뷰에서 아르메니아를 이란 제재에 동참시키기 위해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쌍방이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탓에 아제르바이잔, 터키와 국경이 막힌 아르메니아가 미국이 원하는 대로 이란과 국경을 닫는다면 외부로 통하는 길은 조지아 국경 하나만 남게 된다.
아르메니아가 미국의 전략에 동조하는 데 불만을 품은 러시아가 조지아에 압력을 행사할 경우 아르메니아는 외부와 연결된 육로가 모두 막히게 돼버린다.
볼턴 보좌관은 "나고르노-카라바흐 해법이 도출되면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국경이 열릴 것이고, 또 터키도 내가 보기에 아르메니아와 국경을 열 것"이라면서 "자연히 아르메니아가 조지아와 국경에 관해 러시아의 압력을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볼턴 보좌관은 또 이날 파시냔 총리와 회담에서 미국 무기 수출금지 해제도 검토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사태 이후 미국 의회는 아르메니아에 무기 공급을 제한하는 제재를 부과했다.
볼턴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양국 모두에 무기를 공급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해소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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