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안돼"…공공시설 건립 두고 서울 곳곳 '님비' 논란
특수학교·자원순환센터·임대주택…필요성 인정하면서도 "다른 곳 가라"
주민 반대로 공공이익 위한 시설 사업 줄줄이 제동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장애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 쓰레기처리장, 임대주택, 자원순환센터, 감염센터, 화장시설…….
생활에 필요하거나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만 역설적으로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시설이다.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이런 시설이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서로 꺼리면서 내 집 뒷마당에는 짓지 말라는 이른바 '님비'(NIMBY) 논란이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치구와 관계기관은 주민과의 충분한 소통, 기피시설에 상응하는 '당근책' 등을 제시하며 문제 해결을 시도하지만 녹록지 않다.
자치구가 주민과 한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 은평자원순환센터
은평구는 요즘 자원순환센터 추진으로 시끄럽다. 진관동 76-40번지에 들어설 은평자원순환센터는 재활용처리시설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악취 나는 쓰레기소각장'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18일 국정감사가 열리는 서울시청 앞으로 찾아와 반대 시위를 벌였고, 김미경 은평구청장 관련 기사에는 자원순환센터를 반대하는 댓글들이 어김없이 달린다.
이에 대해 은평구는 25일 "원래 음식물처리시설 건립계획을 세웠으나 인근 은평뉴타운, 지축·삼송지구의 주거환경을 고려해 이미 2013년 재활용처리시설을 건립하는 것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구는 "소각장이나 음식물처리시설이 아닌, 단순 물리적 처리만 하는 재활용처리시설로 악취 등의 환경 영향은 미미하다"며 "폐기물처리시설은 도시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시설이며 (다른 지역에도) 많은 폐기물시설이 주거단지와 인접한 곳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반대가 거세자 구는 애초 반지하화할 계획이었던 자원순환센터를 완전 지하화하는 것으로 바꾸고 관련 용역을 지난달 발주했다. 센터를 지하화한 후 지상 공간은 주민을 위한 체육공원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구는 12월 용역 결과가 나오면 주민 대상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결국은 센터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얘기"라며 "어떠한 설명을 해도 반대하는 쪽에서는 센터 건립을 취소하라는 주장만 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은평자원순환센터백지화투쟁위원회(은백투)는 "이 문제는 님비가 아니다. 집값 문제도 아니다. 이는 환경, 건강을 비롯해 많은 주민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은백투는 "악취, 오물, 분진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없이 구청이 센터를 지으려고 한다"며 "주민들 대상으로 한 충분한 설명도 없었다"며 의견수렴 절차도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에도 전면 백지화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필요한 시설이라고 안내를 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우려만 가지고 사업을 백지화활 수는 없고 그 우려가 과장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은평자원순환센터는 재활용처리시설이고 종량제 쓰레기를 잠시 보관하는 적환장 시설도 있다"며 "구가 설치해 관리를 하고 시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 공공임대주택·신혼희망타운
공공임대주택 건립 계획도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혔다. 서민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은 주변 집값보다 저렴한데, 이로 인해 인근 집값까지 하락한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는 것이다.
현재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임대용 주택매입 사업에 반대하는 구가 전체 25개 구 중 6~7개에 달하고 있다. 서울 집값이 들썩이는 것과 비례해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 민원도 증가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정부의 9·21 주택공급정책에 옛 성동구치소 부지가 포함되자 송파구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이 자리에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서는 줄 알았던 주민들은 '구청장 소환'까지 거론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무엇보다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설 것이라는 일부 보도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이에 박성수 구청장은 "실질적 이해관계자인 송파구청과 지역주민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한 점은 분명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위한 신혼희망타운 역시 같은 이유로 환영받지 못한다.
강동구도 정부의 9·21 주택공급정책에 고덕강일지구 신혼희망타운 공급 계획이 들어가자 즉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입장문에서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위한 신혼희망타운 조성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고덕·강일동 일대에는 이미 청년과 신혼부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택이 이미 1만 세대 넘게 충분히 공급되어 있다. 공공주택이 특정지역에 밀집되는 것 역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특수학교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건립 역시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사태까지 낳았다. 특수학교가 필요하다며 설립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큰 것 같지만, 정작 내 집 주변에 들어서는 문제는 전혀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다.
지난해 9월에는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강서구 지역주민 앞에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의 호소를 했고, 올 3월에 열린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설명회는 일부 주민의 반대로 고함과 욕설로 얼룩졌다.
3월 설명회에 참석했던 조희연 교육감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더불어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이 험난해 마음이 무겁다"면서 "작년 9월 장애학생 부모가 무릎을 꿇은 사진이 온 국민을 울린 이후 사회가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몇몇 주민분이 아직 반대하실 줄 몰랐다"고 말했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특수학교가 없는 자치구가 많은데 왜 우리 동네에 짓느냐"고 항의한다.
◇ 국립중앙의료원 감염전문센터
서초구는 2022년까지 원지동으로 이전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이 감염병전문병원을 별도로 건립할 계획을 밝히자 "애초 협약과 다른 이야기"라며 제동을 걸었다.
앞서 원지동 추모공원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던 서초구는 "주민들과 사전협의 없이 감염병전문병원을 따로 짓겠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구는 국립중앙의료원이 원지동으로 이전하면서 의료원 내 감염센터가 부속 기관으로 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의료원이 이를 감염전문병원으로 확대해 별도의 부지에 짓겠다고 하니 협의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600병상 규모의 현대화된 새 국립중앙의료원은 2019년 설계용역 완료 후 2020년 착공할 계획이다. 국립의료원은 100병상 규모의 감염전문병원을 의료원 2만7천857㎡ 땅에 별도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필요한 시설이라는 것은 공감하지만 애초 협의했던 사항과 다르니 충분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없이는 안 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국립중앙의료원은 공공의료의 중심 기지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혐오시설처럼 비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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