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 "말장난보단 상황에서 우러나는 웃음 드리고 싶어요"

입력 2018-10-25 13:09
유해진 "말장난보단 상황에서 우러나는 웃음 드리고 싶어요"

영화 '완벽한 타인'서 변호사 역할로 웃음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우리 주변이나 윗세대를 보면 권위적인 사람이 많죠. 저한테도 그런 면이 있지 않겠어요? 저도 꼰대가 돼가는 것 같고…"

유해진(48)은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서울대를 나온 변호사 태수 역을 맡았다. 아내 수현(염정아 분)이 조금만 짙은 화장을 해도 트집을 잡는 까칠하고 보수적인 성격의 남편이다. 그간 '레슬러' '택시운전사' '공조' '럭키' 등에서 보여준 역할과는 다소 다르다.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유해진은 "처음에는 변호사인 데다 일류대를 나왔다는 설정에 약간 거부감이 들었다"면서 "저 스스로 오글거리기도 하고, 관객들이 제가 그런 역할을 맡아서 웃을까 걱정도 했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그래도 색깔과 메시지가 분명하고,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는 대본이 좋아 출연했다"며 "완성된 영화를 보니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고,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완벽한 타인'은 오랜만에 모인 40년 지기 고향 친구들과 그 부인들이 저녁 식사 동안 휴대전화 통화와 메시지 내용 등을 모두 공개하는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전화가 울릴 때마다 각자 비밀이 드러나면서 이들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유해진은 이 작품에서도 웃음을 담당한다. 작은 대사나 애드리브로 상황이 주는 유머를 살리는 것이 그의 장기다. 극 중 반전이 될 만한 은밀한 비밀도 안고 있다. 유해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상황 자체가 웃음을 주는 블랙코미디"라며 "말장난이나 과한 분장으로 웃기는 것은 싫어한다"고 말했다.

극에는 유해진 이외에 염정아, 조진웅, 김지수, 이서진, 송하윤, 윤경호 등 7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이들은 한 달간 지방 세트에서 촬영하면서 친분이 두터워졌다.



"즐겁게 촬영한 덕분에 배우들과 앙상블이 영화에도 잘 반영된 것 같아요. 몰랐던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좋았죠. 이서진 씨는 까칠하고 바른말만 하는 이미지였는데, 함께 생활하면서 마음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죠. 윤경호 씨는 좋은 에너지를 가진, 인간성도 좋은 배우이고요. 아내 역을 맡은 염정아 씨는 늘 그렇게 살아온 사람처럼 똑 부러지게 연기해줘서 너무 편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주로 대사로 이뤄지는 영화지만, 유해진은 "만들어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눈빛 하나라도 계산이 맞아야 했다"고 말했다.

"극 중 인물들이 휴대전화 게임을 하다가 서로 밑바닥까지 가는 상황에 이르는데, 왜 계속 게임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좀 힘들었어요. 외국이라면 몰라도, 한국에서라면 중간에 그만두는 게 상식일 것 같았거든요. 또 순차적으로 일이 터지는데, 관객들이 수긍하면서 끝까지 관심을 갖게 하는 게 가장 큰 작업이었죠. 다행히 작가와 감독님이 현명하게 상황을 잘 녹여주셨죠." '완벽한 타인'은 동명 이탈리아 영화가 원작이다.



유해진은 "이 작품을 보면 다양한 사람에 대한 시선과 월식처럼 잠깐은 속일 수 있어도 결국 보이고야 마는 인간의 못돼먹은 본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고 했다.

"전체적으로는 누구나 저렇게 사는 게 인생이지 하는 것을 느끼게 돼요. 사람 관계도 반추해보게 되고요.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한 것처럼, 작은 일이라면 그냥 묻어두고 사는 것이 좋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유해진은 이날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른 채 나타났다. 현재 봉오동 전투를 그린 원신연 감독의 '전투'를 촬영 중이다. 얼마 전에는 '말모이' 촬영도 마쳤다.

유해진은 "사람들이 '영화배우 유해진 씨네' 하고 알아봐 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면서 "제 이름 앞에 그저 배우라는 수식어만 계속 붙어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웃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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