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본부서 北인권 토론회…"비핵화만큼 북한 인권문제 중요"
美유엔차석대사 "세계인권선언 70주년, 北 인권억압의 기간"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이준서 특파원 = 미국 뉴욕 유엔본부 내에서 24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의 북한 인권 관련 단체들이 올해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기념해 북한 인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유엔에서의 대북인권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키시기 위한 포석도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주유엔 미국대표부의 조너선 코헨 차석대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코헨 차석대사는 인사말을 통해 올해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지만 지난 70년은 북한 정권의 주민들에 대한 인권억압의 기간이었다고 비판했다.
코헨 차석대사는 주민들이 북한 정권에 의해 "악명높은 인권침해를 당해왔다"면서 유엔총회와 유엔인권이사회가 지속해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했지만, 북한은 다른 국제적 의무와 마찬가지로 이를 거부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4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와 정치범 수용소를 비롯해 북한 내 인권문제를 일일이 거론하면서 이날 토론회에 나온 탈북자들의 증언이 "스스로 얘기할 수 없는 북한 주민들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OI 보고서는 북한에서 고문과 비인도적 대우, 강간, 공개처형, 비사법적·자의적 구금·처형, 적법절차 및 법치 결여, 연좌제 적용, 강제노동 등 각종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인권 관련 미국의 비정부기구 디펜스포럼의 수잰 숄티 대표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정부(미국)는 북한 인권문제가 아닌 북한 핵 위협만 강조해왔다"면서 "이것이 북한 주민(인권)들에게는 비극적,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숄티 대표는 "우리가 북한 독재 정권과 협상을 하는 동안 북한 인권문제를 다시는 옆으로 미뤄나서는 안 된다"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을 최우선에 두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인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다 탈북한 정광일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 핵 문제의 그늘 속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 문제가 지워져(잊혀)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평화도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 모드 속에서도 북한 인권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과 관련해 "북한 주민들과 정치범 수용자들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인권결의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대북인권결의안과 관련, 현재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올해 북한인권결의안을 공동 작성 중이며, 다음 주 제3 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다음 달 중순 제3 위원회 채택 절차를 거쳐 오는 12월 유엔총회에 상정된다. 유엔은 2005년 이후로 지난해까지 13년 연속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왔다.
중동과 러시아에서 총 9년간 해외파견 근로자 생활을 하다 탈북한 노희창씨는 "북한 비핵화 문제가 전 세계적인 관심이지만 비핵화만큼 중요한 것이 북한 인권문제"라면서 "북한 주민의 표현, 행동의 자유가 주어지면 비핵화는 자연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인권문제가 개선되면 북한이 정상국가의 길을 갈 수 있고, 이는 곧 비핵화로 연결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보인다.
노씨는 "중동에서는 새벽 5시부터 오전 11시까지, 또 이어 오후 4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일했고 러시아에서는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일하기도 했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북한의 해외파견 노동자들은 지금도 악몽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열악한 노동 인권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 파견되는 북한 노동자들의 소원은 1년에 1천 달러, 3년간 3천 달러를 손에 쥐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서 "1인당 월 3천 달러 정도 벌지만 실제 손에 쥐는 것은 60달러 정도이고, 나머지는 다 노동당에 바친다"면서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해외파견이 또 하나의 수용소"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미 워싱턴의 북한인권위원회(HRNK), 국내의 '성통만사'(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와 자유민주연구원 등의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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