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쇼핑몰, 농축산물 공급업체 원산지 속여도 '나 몰라라'

입력 2018-10-25 14:00
수정 2018-10-25 14:25
우체국쇼핑몰, 농축산물 공급업체 원산지 속여도 '나 몰라라'

계약 해지 등 조치 안 해…호주·중국산 추어탕 국산 둔갑

감사원, 우정사업 경영관리실태 감사…"관리방안 마련하라"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한국우편산업진흥원은 '우체국쇼핑몰'에서 농축수산물의 경우 반드시 국산만 팔기로 공급업체들과 계약했다.

하지만, 호주·중국산 추어탕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등 수 십여개 공급업체들이 원산지표시 관련 법령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아도 이러한 사실 자체를 몰라 계약해지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우정사업 경영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25일 공개했다.



감사원 확인 결과 2014년 1월∼2018년 3월 48개 우체국쇼핑 특산물·제철식품 공급업체가 원산지나 축산물 이력번호 미표시, 허위표시 등 원산지표시 관련 법령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았고, 이 중 33개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홈페이지에도 공표됐지만 우편산업진흥원은 이런 사실을 파악하지 못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가령 A사는 호주·중국산 추어탕을 국산으로 표시해 7천여만원치를, B사는 수입한 치즈초코파이를 국산으로 표시해 40여만원치를 팔았다가 각각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진흥원은 몰랐다.



아울러, 같은 기간에 321개 공급업체가 식품위생법 등 식품안전 관련 법령 위반으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았고 식약처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올라와 있음에도 진흥원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가령, C사는 세균수가 기준치를 57% 초과한 홍삼농축액 185만원어치를 판매했고, D사는 꿀의 신선도 관련 물질(히드록시메틸푸르푸랄) 기준치를 17.25% 초과한 꿀제품을 1천900여만원어치나 우체국쇼핑몰에서 팔았지만, 진흥원은 아무런 후속 조치도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우편사업진흥원장에게 "원산지표시,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공급업체에 대해 공급중지, 계약해지 등의 조치를 하고, 이러한 업체 현황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우편산업진흥원과 우체국쇼핑 공급업체가 체결한 계약서 등에 따르면 업체들은 식품위생법을 지키고, 농축수산물 특산물 및 제철식품의 경우 국산만 팔아야 하며 이를 어기면 공급중지·계약해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감사원은 국제우편물 손해배상제도가 있어 소액의 우편물은 별도의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음에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지난해 1만6천737건(5천200만원)의 우편물이 불필요한 보험에 가입됐다고도 밝혔다.

이는 지난해 전체 보험가입 우편물 6만9천여건의 24.1%나 차지한다.

감사원은 국제우편물의 보험가액이 중량별 배상상한액 이하일 경우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고지하거나 보험료를 무료로 책정하라고 우정사업본부장에게 통보했다.



감사원은 우체국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보험문제도 지적했다.

현재 우체국 오토바이 1만4천836대 중 101대(0.7%), 자동차 4천304대 중 781대(18.1%)만 가해·단독사고에 대한 '자기신체 상해'가 보장되는 보험에 가입돼 있다. 이로 인해 집배원 중 치료비 일부를 보전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가령, 집배원 E씨는 2014년 1월 우편배달 중 오토바이가 넘어지면서 뇌출혈이 발생해 공무상 요양 승인을 받았지만, 요양비 지급기준을 벗어난 주사료·간병비 등 6천여만원을 받지 못했다.



감사원은 운전면허 정지처분을 받은 집배원 5명이 운전면허 정지 기간에 집배차량을 운행한 사실 역시 확인했다.

3명은 범칙금 미납에 따른 즉결심판 불응, 2명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된 상태였다.

이밖에 감사원은 전국 745개 '별정우체국' 가운데 710곳(95.3%)이 홍보비, 마켓팅활동비 등 업무수행 용도로 사용해야할 업무취급수수료를 국장 개인계좌로 이체하거나 현금으로 인출한 뒤 영수증을 내지 않는 등 용도를 알 수 없게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별정우체국은 민간이 자기부담으로 시설을 갖추고 일반우체국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곳을 뜻한다.

감사원은 우정사업본부장에게 "별정우체국의 업무취급수수료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통보하는 한편, 적정한 집배인력 운용 및 배치 평준화를 위한 집배부하량 산출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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