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당한 캐디에 1주일 출근금지…'적반하장' 징계 논란(종합)
매립지공사 비판 기자회견…"골프장 운영 공기업이 방관"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캐디 관리 등 업무를 맡은 용역업체가 고객에게 폭행을 당한 캐디를 도리어 징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 인천 드림파크CC에서 중년여성 골퍼 A(여)씨에게 폭행당한 캐디 B(37·여)씨는 전날 용역업체로부터 근무정지 7일과 캐디마스터 동반 교육 징계를 받았다.
이 용역업체는 수도권매립지공사로부터 골프장 캐디 관리·경기진행·예약 등의 업무를 위탁받은 곳이다.
용역업체는 B씨가 고객과 불필요한 마찰을 빚었고 고객이 요구한 캐디평가표를 제출하지 않아 근무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골프장의 캐디근무규정 부칙에 따르면 '비관적이고 비협조적인 자세로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서 경·중징계 심의한다'고 돼 있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골프백을 차에 실어주는 문제를 놓고 고객과 언쟁을 하는 과정에서 캐디가 관련 공문이 있다고 허위사실을 이야기 한 부분이 있다"며 "평가표를 달라는 고객의 요구도 캐디가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B씨 측은 골프장에서는 골프백을 실어주지 말라고 교육하고는 이를 그대로 이행한 캐디를 징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관계자는 "평소 골프장 측은 '차에 흠집을 내 보상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고객이 골프백을 직접 싣도록 하라'고 캐디들에게 교육했다"고 주장했다.
용역업체는 이 같은 교육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반드시 실어주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융통성 있게 하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은 또 "골프백을 차에 실어주는 문제로 언쟁한 직후 고객이 평가표 제출을 요구했다"며 "불이익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바로 평가표를 제출할 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골프장을 운영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캐디 징계는 용역업체가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한 것으로 공사는 사후조치 결과만 보고받았다"며 "공사가 징계 여부에 개입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B씨는 폭행 사건 이후 2주 넘게 일을 못 하고 있다.
B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캐디는 일용직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며 "캐디 입장에서는 손님이 무서울 수밖에 없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 캐디들을 위해서라도 가해자가 공개 사과를 하기 전에는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캐디 폭행 사건과 관련해 조만간 A씨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A씨는 이달 10일 오후 5시께 인천시 서구 드림파크CC 사무실에서 캐디 B씨를 손바닥 등으로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A씨 일행 중 한 남성이 골프채를 휘둘러 골프장 사무실 유리창 2장을 파손한 것과 관련해서는 수도권매립지공사가 고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이날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공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폭행 사건과 캐디 징계를 방관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비판했다.
노조는 "고객이 캐디를 폭행하는 자리에 회사 관리자가 3명이나 있었음에도 고객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피해자인 캐디에 사과할 것을 종용하고 심지어 피해자 캐디가 회사의 명예를 실추했다고 근무정지를 시켰다"고 비판했다.
또 "공기업 수도권매립지공사는 용역업체 핑계를 대며 방관하고 있다"며 "공사가 가해 고객과 당시 근무했던 관리자를 제대로 조치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경고했다.
h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