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트럼프 개인 아이폰 도청"…NYT '美정보기관 포착' 보도

입력 2018-10-25 11:19
수정 2018-10-25 11:50
"중국이 트럼프 개인 아이폰 도청"…NYT '美정보기관 포착' 보도

도청 정보로 '트럼프 단골 통화 상대' 명단 확보해 로비

슈워츠만 블랙스톤 CEO, 카지노 거물 스티브 와인 등 포함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 대의 아이폰을 갖고 있다. 두 대는 NSA(미 국가안보국)의 손을 거쳐 보안을 강화한 뒤 트윗 등을 할 때 등에 주로 쓰이지만, 한 대의 개인 아이폰은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아이폰과 차이가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전·현직 미국 정보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 "미 정보기관은 중국과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아이폰을 도청해온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특히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 심화를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일하는 방식과 그가 누구의 말에 귀 기울이는지를 파악하려고 도청 작업을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통화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만들어 그들을 상대로 로비를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NYT는 전했다.



이 명단에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 회사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만 최고경영자(CEO)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계의 거물인 스티브 와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슈워츠만은 중국 칭화대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했고, 와인은 마카오에 카지노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NYT는 "중국 정부는 대통령의 친구들과 그 친구들의 친구들을 파악해 중국 사업가 및 학자들과 네트워킹을 맺도록 노력해왔다"면서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하는 사람들을 통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와인의 변호인은 "우리 고객은 이미 은퇴했다"며 기사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고, 블랙스톤 대변인은 중국 정부가 슈워츠먼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회피하면서도 "그가 두 나라 국가수반의 요청이 있을 때 양국의 중요 현안에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해왔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유력 사업가나 학자 등을 통해 미국 지도자들에게 비공식적 네트워크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은 오랜 전통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와서 차이점은 "대통령의 전화를 직접 도청해 누가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을 행사하고, 어떤 주장이 효과가 있는지를 훨씬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아이폰 도청은 안드로이드폰에 비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외 휴대전화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기지국과 케이블 등을 통과할 때는 쉽게 가로채기를 할 수 있다고 정보 요원들은 전했다.

NYT는 "전화 통화 엿듣기는 매우 쉬운 방법이며 미 정보기관원들도 주요 해외 지도자의 전화를 도청하는 것이 필수 업무였다"면서 전 NS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전화를 도청했던 사실을 폭로한 것을 예로 들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런 위험 때문에 가능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으며, 오바마 전 대통령도 아이폰을 갖고 있었지만 그 전화기는 통화를 할 수 없고 측근들로부터 이메일만 받을 수 있도록 보안 설계된 것이었다고 한다.

NYT는 "고집 센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이 휴대전화 대신 유선전화를 사용할 것을 요청해도 이를 거부했다"면서 "참모들은 대통령이 휴대전화로 국가기밀을 얘기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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