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발물 소포'도 언론 탓…"가짜뉴스가 사회 분노 초래"(종합)
(서울·워싱턴=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송수경 특파원 = 미국에서 11·6 중간선거를 열흘가량 앞두고 정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폭발물 소포' 사건과 관련, '통합'을 외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 분열과 분노 유발의 주범으로 '가짜뉴스'(fake news)를 꼽으며 돌연 언론 탓을 했다.
반(反) 트럼프 진영의 유력 인사와 대표 언론 등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거친 언사'로 공격해오던 대상들이 이번 폭발물 소포의 표적이 되면서 자신에게 비난이 집중되자 그 화살을 다시 언론에 돌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위스콘신 주 모사이니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유세에서 폭발물 사건과 관련, "우리는 모두 평화와 조화 속에서 하나가 되길 원한다"고 운을 뗀 뒤 언론을 향해 "언론도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고 끝없는 적대감, 부정적인 거짓 공격(false attacks)을 중단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신에게 부정적인 언론 보도를 두고 '가짜뉴스'라는 꼬리표를 습관적으로 붙여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 역시 언론의 '가짜뉴스'가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뉘앙스로 간접 비난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누구도 경솔하게 자신의 정적을 역사적인 악당에 비유해선 안 된다"며 "우리의 의견충돌을 해결할 한 가지 방법은 투표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25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류 언론들에 사회 분열의 주 원인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보는 분노의 매우 큰 부분은 내가 가짜뉴스라고 칭하는, 주류 언론들이 일부러 잘못 쓰거나 부정확하게 쓴 보도로 인해 초래된다"며 "너무 나쁘고 혐오스러워서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주류 언론은 그런 행동을 고쳐야 한다. 지체 없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전 백악관 행사에 참석해서는 "우리는 이 비겁한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 어떤 종류의 정치적인 폭력 행위나 위협도 미국 내에서 발붙일 곳이 없다는, 매우 분명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면서 진상규명을 약속하고 "지금은 우리가 단결하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통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자국인'에 의한 '테러'라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다수의 민주당 측 인사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사제 파이프 폭탄이 든 우편물이 배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등 중간선거 국면에서 큰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폭발물이 배달된 장소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앙숙' 관계인 대표적 언론사 CNN도 포함됐다.
이번 사건의 범인과 범행 동기 등 진상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미언론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이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공격적 언행의 결과물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CNN방송은 "(폭발물 소포의) 수신자 모두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으며 이는 그들이 우파의 단골 비방 대상이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선동적 수사들 사이에서 트럼프 발언의 표적이 폭발물의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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