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 속에 3실점…가시마 권순태의 힘겨웠던 '수원전 90분'
경기 끝난 뒤 인터뷰 사양…"죄송합니다"
(수원=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의 골키퍼 권순태(34)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경기장을 떠났다.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 '권순태 더비'라는 명칭까지 붙었던 이날 수원 삼성과 가시마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은 3-3 무승부로 끝났다.
결과적으로 1차전에서 3-2로 이겼던 가시마가 1, 2차전 합계 6-5로 앞서면서 16년 만의 결승행을 노렸던 수원의 노력도 수포가 됐다.
수원은 가시마를 상대로 0-1로 지고 있던 후반 7분 임상협의 득점을 시작으로 8분 동안 3골을 몰아치며 홈팬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지만 후반 중반 들어 2실점 하면서 끝내 결승행의 꿈이 꺾였다.
이날 경기는 킥오프 직전부터 양 팀의 응원전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가시마의 골키퍼 권순태가 몸을 풀려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순간부터 수원 서포터스석에서는 커다란 야유가 쏟아졌고, 가시마 원정 응원석에서는 '권순태!'를 목청껏 외쳤다.
권순태는 지난 3일 준결승 1차전에서 수원의 임상협과 충돌하면서 수원 팬들의 '공공의 적'이 됐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임상협이 쇄도하며 권순태와 충돌했고, 곧바로 권순태가 흥분하며 임상협에게 '헤딩'을 날렸다.
큰 접촉은 없었지만 임상협이 얼굴을 잡고 그라운드에서 쓰러지자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달려들어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조성됐다.
마침내 준결승 2차전이 시작됐고, 수원 팬들은 권순태가 볼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보냈다.
권순태는 야유에 지지 않고 꿋꿋하게 수원의 공격을 막았다. 후반 초반 내리 3실점 하며 위기도 맞았지만 몇 차례 슈퍼세이브를 펼치며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3실점을 했지만 권순태는 결국 가시마의 3-3 무승부를 지켜내며 결승진출을 이뤄냈다.
경기가 끝난 뒤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된 가시마의 스즈키 유마는 "많은 야유가 쏟아졌지만 권순태는 경험이 많은 선수여서 이겨낼 수 있었다"라며 "1차전에서 상대 선수에 대한 박치기는 결코 좋지 못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일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동료들이 노력을 많이 했다"고 권순태를 옹호했다.
다만 정작 권순태는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권순태는 23일 공식 훈련이 끝나고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권순태는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국내 취재진을 향해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경기장을 떠났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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