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 최장 강주아오 대교…기술력 '찬탄' 경쟁력 '글쎄'

입력 2018-10-24 21:28
[르포] 세계 최장 강주아오 대교…기술력 '찬탄' 경쟁력 '글쎄'

총연장 55㎞로 인천대교 3배…다리 건너다 해저터널 진입하자 승객들 '탄성'

홍콩-마카오 실질 소요시간 2시간 달해 통행량 많을지는 '의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승객들을 가득 채운 이층버스가 강주아오(港珠澳) 대교 위로 올라서자 버스 안에서는 찬탄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승객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인 강주아오 대교의 위용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여기저기서 휴대전화의 버튼을 눌러댔다.

먼바다 위로 길게 늘어선 교각은 끝이 보이지 않는 듯했고,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유람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24일 버스에 같이 탄 홍콩인 첸 씨는 "강주아오 대교가 오늘 정식으로 개통한다고 해서 친구들과 함께 구경도 할 겸 마카오행 버스를 타게 됐다"며 "마카오까지 버스를 타고 이렇게 바다 위로 갈 수 있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중국 건설업계가 '세계 7대 기적의 하나'라고 자찬하는 강주아오 대교는 홍콩과 마카오, 중국 광둥(廣東) 성 주하이(珠海)를 잇는 6차로 총연장 55㎞의 해상 대교다.

그 길이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2.8㎞)의 20배, 국내 최장 대교인 인천대교(총연장 18.38km)의 3배에 해당한다.

1957년 양쯔 강에 놓인 최초의 다리인 우한(武漢)의 창장(長江)대교가 중국의 기술력 부족으로 옛 소련의 원조와 기술 지원을 받아 완성됐던 것에 비춰보면 가히 중국의 '토목 굴기'(堀起)라고 일컬을만하다.



강주아오 대교는 22.9㎞의 교량 구간과 6.7㎞ 해저터널 구간, 터널 양쪽의 인공섬, 출·입경 시설 등으로 이뤄졌다.

양쪽의 교량 구간과 가운데 해저터널 구간이 해상에 건설된 두 개의 인공섬을 통해 연결된 구조다.

홍콩 란타오 섬의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한 이층버스가 10여 분만에 해저터널로 진입하자 곳곳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기자의 뒷좌석에 앉은 한 60대 노인은 바다 위 다리를 건너다가 갑작스레 터널로 진입한다는 점이 놀라운 듯 연신 "바다 밑으로 들어간다. 바다 밑으로 들어간다"는 말을 되뇌기도 했다.

해저터널은 곳곳에 밝은 조명을 설치해 바다 밑 터널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버스가 6분 만에 터널을 통과하자 다시 바다 너머로 수평선이 펼쳐졌다.

이 해저터널은 수심 40m 지점에 33개의 튜브를 연결해 만드는 고난도 공정으로 건설됐다. 전체 길이가 6.7㎞로 해상 대교와 연결된 해저터널로는 세계 최장을 자랑한다.

세계 최장의 해저 침매터널(沈埋·완성한 터널을 바닷속에 묻는 공법), 세계 최장의 철골 교체(橋體·다리 몸체) 등 세계 최고 기록을 여럿 보유한 강주아오 대교에 대한 중국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전날 개통식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강주아오 대교는 국가의 소중한 자원으로 대교의 설계와 건설에서 지혜를 발휘해 세계적인 난관을 극복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관리 기술과 경험을 집대성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버스는 개통 첫날이라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시속 76㎞가량의 빠르지 않은 속도로 바다 위를 달렸고, 홍콩 측 터미널을 출발한 지 40분 만에 마카오 터미널에 도착했다.

조금 더 속도를 낸다면 30분 만에 강주아오 대교를 주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콩에서 육로로 마카오에 간다면 4시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시간 단축이다.

그만큼 홍콩과 마카오, 주하오 간 물류 활성화와 관광산업 진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카오 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홍콩인 크리스티 룩 씨는 "강주아오 대교의 개통으로 화물 운송 등이 훨씬 편리해졌고, 소요시간도 크게 줄었다"며 "강주아오 대교는 대단한 프로젝트로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엇보다 지적되는 것은 중국과 홍콩 정부가 선전하는 것처럼 강주아오 대교를 이용한 홍콩과 마카오 간, 홍콩과 주하이 간 실질 소요시간이 그렇게 짧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자가 이날 강주아오 대교를 오가는 버스를 이용해 홍콩 도심인 애드머럴티 지역에서 마카오 도심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 결과 무려 2시간 넘게 걸렸다.

강주아오 대교 터미널이 홍콩 섬 서쪽에 있는 란타오 섬에 있는 까닭에 홍콩 도심에서 버스 터미널까지 가는 데 50분의 시간이 필요했다.

여기에 마카오 측 터미널에서 버스를 내려 도심으로 갈 때도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해 10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는 홍콩 시민들이 마카오로 갈 때 자주 이용하는 고속 페리와 비교해서 훨씬 비효율적인 경로다.

홍콩 도심인 셩완 지역에 있는 페리 터미널에서 페리를 타면 마카오까지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더구나 마카오 페리 터미널은 도심과 바로 붙어 있어 여행객 입장에서는 훨씬 편리하다.

마카오에서 사업하는 한인 교포 김 모 씨는 "사업 때문에 홍콩을 자주 오가는 데 페리를 이용하면 매우 편리하다"며 "강주아오 대교는 이보다 훨씬 시간이 더 걸려 당분간 이용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의식한 듯 홍콩 정부도 홍콩 도심에서 탑승해 원스톱으로 마카오나 주하이로 가는 버스 노선을 개발하는 등 강주아오 대교 이용 활성화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홍콩 언론은 "선전과 주하이를 직접 연결하는 도로가 개통하지 않은 등 강주아오 대교와 연계된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거액의 예산이 투입된 강주아오 대교가 경제적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2009년 12월 시작한 강주아오 대교 건설 공사는 수차례 지연된 끝에 올해 완공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전체 건설비는 890억홍콩달러(한화 13조원)에 달한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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