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은 지금] ⑦ 한적한 어촌이 키조개 주산지로…장흥 수문마을

입력 2018-10-25 08:00
[어촌은 지금] ⑦ 한적한 어촌이 키조개 주산지로…장흥 수문마을

장흥삼합 '원조', 키조개마을로 더 유명…해마다 10만명 이상 방문

청정해역 특성화 사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주도



(장흥=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장흥의 푸른 들에서 난 풀을 먹고 자란 한우와 산 내음 진한 표고버섯, 청정 바다에서 건져 올린 키조개까지.

전남 장흥군 안양면 수문마을은 장흥의 산과 들, 바다를 한 데 담은 일명 '장흥삼합' 키조개의 본고장이다.

마을 입구에 설치된 커다란 키조개 조형물이 이곳이 그 유명한 '키조개 마을'임을 알리고 있지만, 이곳은 1990년대 전까지만 해도 한적한 어촌마을이었다.

어민들은 물고기가 다닌 길목에 그물을 울타리처럼 쳐놨다가 못 빠져나간 서대, 병어, 갯장어나 잡어를 철마다 잡아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득량만의 천혜의 환경에 키조개 양식을 도입하면서 전국을 대표하는 키조개 주산지이자 어촌체험마을로 성장했다.

키조개 종패를 갯벌에 심은 뒤 2∼3년 뒤부터 채취할 수 있는데 득량만은 조수간만의 차가 적어 이곳의 키조개는 관자가 크고 육질이 부드럽다.

국내 유일의 키조개 양식장인 수문 앞바다에서 생산되는 키조개는 전국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한다.

1990년대에는 양식된 키조개 전량이 일본으로 수출됐으나 일본 경기 침체 이후 장흥군과 함께 내수 활성화로 눈을 돌렸고 지역 특산물을 모두 담은 '장흥삼합'이 탄생하게 됐다.

수문마을 주민들이 삼겹살을 먹을 때 키조개를 함께 구워 먹는 것에 착안했다.



현재 수문마을에는 40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데 영양분이 풍부한 진흙 갯벌 덕분에 키조개뿐 아니라 바지락도 살이 통통하고 맛이 좋기로 유명해 매년 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10만명을 훌쩍 넘는다.

2015년에는 18만명 이상이 다녀갔으며 올해도 1∼9월까지 6만2천명이 방문했다.

관광객들은 주로 바지락 제철인 3∼5월과 한여름에 수문어촌체험휴양마을 찾아 바지락 캐기 체험이나 전통방식의 물고기 잡기 체험을 즐긴다.

장흥 유일의 수문해수욕장과 해수풀장, 찜질방도 인기다.

신선한 바지락을 맑게 끓여낸 바지락국과 쫄깃한 식감의 바지락 무침, 키조개를 넣은 삼합은 애어른 할 것 없이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벌써 15년째 매년 5월 초마다 수문항에서 열리는 장흥키조개축제도 지역 명물로 자리잡았다.

장흥군은 키조개 특화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축제와 체험마을 운영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장흥군은 수문마을 뒷동산 8만5천950㎡에 근린공원을 조성해 오토캠핑장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어촌 경제와 해양관광 활성화를 어촌·어항시설 현대화를 추진하는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300 사업 공모도 신청했다.

또,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전국 최초로 청정해역 갯벌생태산업특구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청정해역을 활용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장흥군은 고부가가치 종자생산 및 방류와 같은 생태복원과 생산기반 확충, 유통 및 체험 활성화 등 3개 분야 10개 단위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득량만 해역의 수질이 1∼2등급 수준으로 인근 바다보다 우수한 점 등을 강조해 청정해역 브랜드를 정립할 계획이다.

장흥은 전국 최초로 산(酸)을 사용하지 않는 무산김 양식을 하면서 바다환경이 개선돼 기존에 알려진 키조개, 바지락 뿐 아니라 매생이, 낙지, 미역 등 수산물 생산량이 전체적으로 20∼30% 늘었다.



장흥군은 청정해역 특화사업을 통해 기존 3천억원 규모의 어업 생산소득이 2021년에는 4천85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청정 수산물 생산, 관광 활성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동혜순(47) 수문 어촌체험휴양마을 사무장은 "20년 제가 시집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마을이 많이 달라졌다. 키조개 양식으로 어민 소득과 관광객이 모두 늘었다"며 "작은 마을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수문마을의 맛과 멋을 알릴 수 있도록 주민들과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30여명의 어촌계원들과 고락을 함께 하는 김영만(58) 어촌계장은 "키조개축제가 장흥의 대표 축제 중 하나가 돼 자부심을 느낀다"며 "더 잘사는 어촌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과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수출 효자인 키조개와 전국에서 품질을 알아주는 바지락 생산에도 더욱 힘쓸 것"이라고 웃었다.

areu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