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디 UNHCR 대표 "전쟁·가난 겪은 한국인이 난민 포용해달라"

입력 2018-10-24 17:14
수정 2018-10-24 17:36
그란디 UNHCR 대표 "전쟁·가난 겪은 한국인이 난민 포용해달라"

"난민은 위협 아닌 위협받아 보호 필요한 사람"…열린 마음 당부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난민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위협이 아니라 위협을 받아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방한 중인 필리포 그란디(61)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는 24일 서울 중구 소재 UNHCR 한국 대표부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예멘 난민 수용 문제로 논쟁을 겪은 한국인들에게 난민을 향해 '열린 마음'을 당부했다.

그란디 대표는 우리 정부가 제주에서 난민 지위 신청을 한 예멘 출신자들에게 난민 지위는 부여하지 않는 대신 신청자 중 339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를 허용한 것과 관련해선 "누구도 엄청나게 위험한 나라로 강제송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좀 더 안정적인 체류 자격을 주길 바라지만 인도적 체류 허용 역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심각한 내전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인 예멘에서는 2천 200만명이 인도적 보호가 필요하며, 200만 이상의 실향민이 있다"며 "한국에 도착한 난민 수는 그들 중 극소수로 경제적 이유로 온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란디 대표는 이어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에서 보듯 일부 사람들이 난민에 거부감을 보인 것을 알지만 많은 한국인이 난민 신청자들에게 연대감을 보여줬다"며 "제주도에서도 주민들이 담요와 쌀 등을 제공했는데, 언론이 부정적인 시각만 부각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난민기구에 대한 한국 정부와 민간의 재정 기여가 최근 많이 늘어난 사실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한국인들이 난민을 좀 더 받아들여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어느 사회든 한 사람이 부유해지면 다른 사람을 도울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는데 세계가 미국, 일본, 유럽에 기대했듯 이제는 한국에 기대한다"며 "고통받는 사람을 도와줄 책임감을 한국이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난민 지원의 재원과 국가적 안정성, 자신감을 가진 몇 안 되는 나라"라며 "가난과 전쟁을 단기간에 극복한 한국이 역할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어느 정부든 부정적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한국 정부가 용기와 리더십을 발휘하고, 국민에게 국제적 책무를 설명할 것을 촉구한다"며 "한국이 '관대한 공여자'로서 이 지역에서 좋은 본보기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란디 대표는 한국 정부에 난민에 대한 급격한 정책 전환이 아닌 점진적 접근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난민 수용에 대한) 여론의 반발과 정치적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우리는 난민들에 대해 한 번에 문을 열라고 한국에 주문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며 "한국 청년들이 점점 더 세계와 교류하고, 갈수록 더 열린 마음을 가진 만큼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란디 대표는 탈북민의 대량 발생 가능성에 대해 "유엔난민기구가 필요하면 지원할 준비가 돼 있지만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며, 최근 수개월의 상황을 보면 대규모 탈북이 있을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일은 분쟁의 결과에 대해 역할을 하는 것이어서 늘 평화와 희망에 대한 것을 찾아다니는데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그런 것을 찾긴 어렵다"고 소개한 뒤 "한반도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용기 있는 리더십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에 보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그란디 대표는 1988년부터 유엔난민기구에서 일을 시작한 난민 문제의 베테랑이다. 수단·시리아·터키·이라크 등에서 근무했으며, 콩고민주공화국 내전 당시 UNHCR의 현장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등 아프리카·중동 여러 국가에서 긴급 대응 활동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인 2016년 1월 유엔난민기구 대표로 취임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