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당당한 여성을 노래…"남녀 동등하기에 인류 공존"
"해외 진출 쉬운 일 아냐…방탄소년단은 나도 응원"
정규 9집 '우먼' 쇼케이스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온실 속 화초처럼 얌전히 앉아있던 여성들이 있다. 가수 보아(본명 권보아·32)가 나타나 강렬한 퍼포먼스를 펼치자 이들은 꿈에서 각성(覺醒)한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마네킹처럼 무표정하던 얼굴엔 생기가 돈다. 보아 신곡 '우먼'(WOMAN) 뮤직비디오 이야기다.
'아시아의 별' 보아가 24일 정규 9집 '우먼'으로 컴백했다. 데뷔 18주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매너리즘 없는, 신선하고 끝내주는 음악으로.
보아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 SM타운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그동안의 작업 과정을 소개했다.
한국 사회에서 대놓고 당당한 여성상을 노래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지금은 2018년이지만 젠더 권력의 비대칭성은 여전하다. 비대칭성을 수정하려는 시도가 되레 공격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보아는 9집에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우먼'이 민감한 단어잖아요. 제가 직접 가사를 쓰고 부르는 게 많이 어렵긴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남녀가 동등하기에 인류가 공존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멋있는 여성상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워너비(wanna be)적 여성상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저도 한 여성으로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자기 최면을 걸 수 있는 멋진 노래를 쓰고 싶었습니다."
보아가 가사를 쓴 타이틀곡 '우먼'은 당당한 여성상을 쿨하게 펼쳐낸다.
'여자다운 걸 강요했던 그때 여자다움을 몰랐던 그때/ 이제 알아 진짜 필요한 그것 내면이 강한 멋진 나인걸/ 보이는 게 전부라고 믿지 마 아직 다 안 보여줬어/ 뭐라 해도 내 안에 간직해온 진정한 우먼'
그는 2003년, 열일곱살에 발표한 '걸스 온 탑'(Girls on Top)에서 성장한 모습을 그렸다고 했다. '걸스 온 탑'의 '모두가 나에게 여자다운 걸 강요해'라던 소녀가 현명한 성인이 된 것이다.
보아는 "10대, 20대, 30대, 40대로 갈수록 여자들이 자신감이 떨어질 때가 있지 않으냐"며 "본인만의 아름다움을 찾아 자존감 높은 멋진 여성이 되자는 메시지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구들과 많이 이야기하는 게, '(사람들은) 왜 꼭 단점만 이야기할까? 장점이 이렇게 많은 데 없는 걸 투정해서 뭐해'라는 것"이라며 "단점을 부각해 내가 아닌 제2의 누군가가 되려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나를 발전시키고 빛나게 하는 당당한 여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퍼포먼스 여제답게 뮤직비디오는 화려하다. 파워풀한 안무와 호피 무늬, 금발 등 강렬한 스타일링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도입부부터 그는 거꾸로 물구나무를 선 채 등장한다.
보아는 "아까 뒤집히는 거 보셨잖아요. 정말 복근 힘으로만 버텨야 한다. 멋진 모습으로 컴백하려고 조용히 노력해왔다"며 "제가 술 좋아한다는 소문이 많이 났는데, 금주하고 운동하며 체력 관리 중"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연차가 쌓일수록 춤에 변화가 있냐는 질문에는 "10대 때 춤이 박력 있고 절도 있었다면, 20대에는 기술이 향상됐다. 지금은 선이 예뻐진 것 같다. 좀 더 여성스러운 선이 나오는데, 10대 때는 아마 이런 춤 못 췄을 것"이라고 했다.
앨범에는 이밖에도 '라이크 잇!'(LIKE IT!), '홧김에', '인카운터'(ENCOUNTER), '리틀 모어'(LITTLE MORE), '너와 나', '이프'(IF), '노 리미트'(NO LIMIT), '굿 러브'(GOOD LOVE), '습관'까지 총 10곡이 담겼다. 보아는 이 가운데 6곡 작사에 참여했다. 보아는 작곡까지 도맡은 자작곡 '홧김에'가 음악에 대한 욕심을 되찾아준 노래라고 털어놨다. 데모곡을 듣는 순간 '아, 나 원래 음악하던 사람이지?'라고 자각했다 한다.
한류 1세대인 보아는 후배 K팝 가수들의 약진을 보며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2000년 데뷔한 보아는 2001년 일본 가요계에 진출해 2002년 첫 정규앨범 '리슨 투 마이 하트'(Listen to my heart)로 일본 오리콘 차트 1위에 올랐다. 이 앨범은 한국 가수 최초로 현지에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제가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K팝이라는 단어조차 없었어요. 두려웠죠. 하지만 오리콘 1위를 자기 일처럼 응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큰 힘을 얻었어요. NCT 127, 방탄소년단의 멋진 활동을 보면서 저도 열심히 응원하고 있어요. 요즘 해외 진출이 많다 보니 크게 와닿지 않으실 수 있지만, 가수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며 좋은 성적을 얻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앞으로도 K팝 가수들에게 진심 어린 성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보아는 음악을 들어주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고백했다. 올해 1월 싱글 '내가 돌아', 2월 미니앨범 '원샷, 투샷'에 이어 10월 정규 9집 '우먼'까지 낸 힘도 팬들이라고 말이다.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려고 항상 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기대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저 또한 노력하게 되고요. 요즘 드는 생각인데, 제가 가수라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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