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밴 두번째 행렬…"베네수엘라 지원 좌파단체가 배후" 주장도

입력 2018-10-24 16:18
캐러밴 두번째 행렬…"베네수엘라 지원 좌파단체가 배후" 주장도

美정부 대책회의에도 결론못내…'외교적 해법' vs '비상사태선포' 충돌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고국의 가난, 폭력, 마약범죄 등을 피해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의 배후에는 베네수엘라로부터 지원받은 온두라스의 좌파단체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주최한 한 행사에 참석해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캐러밴은 베네수엘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온두라스의 좌파단체들에 의해 조직됐다"는 말을 한 것으로 소개됐다.

캐러밴이 온두라스의 좌파 정당인 '리브레(Libre)' 소속 바르톨로 푸엔테스 전 의원에 의해 조직됐다는 보도는 최근에도 미국에서 나온 바 있다.

푸엔테스 전 의원은 온두라스에서 다른 이민자들과 함께 과테말라로 입국했다가 이민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혐의로 체포돼 지난 19일 추방됐다.

리브레는 2009년 군사 쿠데타로 실각한 마누엘 셀라야 전 온두라스 대통령이 이끄는 좌파단체 연합체가 창당한 정당이다.



펜스 부통령은 멕시코와의 협력 하에 캐러밴의 이동을 주시하고 있으며, 또한 사태의 해결을 위해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대통령과도 접촉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온두라스 북부 산페드로술라 시를 출발한 캐러밴은 과테말라를 거쳐 멕시코 국경을 넘었다.

23일 현재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 우익스틀라에서 머물고 있다.

애초 160여 명으로 출발했으나 현재 7천여 명으로 불어난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 멕시코는 4천500여 명으로 추산했다. 대다수는 온두라스 인이다.

멕시코는 이날 현재 이들 중 1천6백99명으로부터 난민신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1천∼2천 명 규모의 제2의 캐러밴 행렬도 미국을 향해 북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역시 대다수 온두라스인으로, 과테말라 동부 치키물라에서 멕시코 국경 쪽으로 걸어서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이 캐러밴이 우리의 국경을 침범하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도 캐러밴 행렬이 미국-멕시코 국경에 도착했을 때 어떤 대책을 취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민 담당 부처와 백악관 관리들이 잇따라 비공개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여러 대안을 검토하는 선에서 맴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협화음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을 포함한 일부는 미국이 온두라스, 멕시코, 엘살바도르 및 유엔과의 협조를 통해 캐러밴의 미국 입국을 막자며 외교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일부는 '비상사태 선포' 등 즉각적인 대책을 주장하고 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이민자 차단을 위해 행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주기 때문에 원조중단, 난민신청 기간 이민자에 대한 구금, 불법입국 부모와 미성년 자녀의 격리 등이 가능해진다.

지난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는 닐슨 장관이 이 문제를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유엔에 비판적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격렬한 반대에 부닥친 것으로 전해졌다.

닐슨 장관은 "볼턴 보좌관은 이 문제에서는 전혀 전문가가 아니다"라는 요지로 말하며 물러서지 않았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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