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피해 할머니 도운 공무원 감사"…청와대에 칭찬 글
"보은군청 이명재씨 피투성이 환자에 외투 벗어주면서 구호"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비록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교통사고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구조를 도운 공무원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욕먹는 공직자가 많지만, 이분처럼 멋진 사람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 주세요"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신문고에는 충북 보은군청 공무원을 칭찬하는 글이 올라왔다.
상하수도사업소에 근무하는 이명재(36) 씨가 뺑소니 교통사고 현장에서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할머니를 정성스럽게 보살폈다면서 손자 A(31)씨가 쓴 글이다.
이씨는 지난 10일 오후 6시 30분께 병원 진료를 위해 승용차를 몰고 가던 중 충북 옥천군 안내면에서 도로 위에 쓰러진 할머니를 발견했다.
할머니가 끌던 것으로 보이는 보행 보조기구가 갓길에 엎어져 있고, 피까지 흘리는 정황으로 볼 때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분명했다.
그는 서둘러 경찰과 119에 신고한 뒤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재빨리 환자를 안전지대로 옮겼다.
의식 없는 환자의 체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자신의 외투로 피투성이 할머니를 감싼 뒤 두 손으로 머리를 떠받친 채 10분 가까이 현장을 지켰다.
그의 헌신적 구조에 힘입어 119 구급대가 도착할 무렵 환자는 희미하게나마 의식을 되찾았다. 그러나 81세 고령이던 그는 병원에 옮겨진 뒤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A씨는 칭찬 글 말미에 "이씨를 찾아 감사의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지만, 김영란법(청탁방지법) 때문에 그럴 수도 없어 안타깝다"며 "기회가 되면 상이라도 수여해달라"고 청원했다.
당사자인 이씨는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쑥스러워했다.
군대에서 구급법 교관으로 활동한 이씨는 "당시 할머니가 피를 많이 흘린 상태여서 체온 유지가 급했다"며 "매뉴얼대로 구조했고, 회생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뒤늦게 비보를 접했다"고 안타까워했다.
A씨 할머니를 치고 달아났던 뺑소니 운전자(54)는 인근 CCTV에 담긴 영상 등이 단서가 돼 4시간 뒤 경찰에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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